2021년 9월 6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차 접종을 했다.
나는 30대 젊은 나이이지만 백신은 맞아야 한다는 주의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안내 문자가 왔을 때 바로 예약을 했다.
당시에는 화이자 또는 모더나 접종 예정이었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백신이 더 좋고 나쁘고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다만 대만에 있을 때부터 해외에서 화이자 백신을 맞은 가임기 여성들에게 하혈 부작용이 많다는 뉴스가 쏟아졌다.
그 인상이 강하다 보니 한국에 가서는 아스트라제네카를 맞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한국에 왔더니 아니나 다를까 한국에서도 화이자 백신을 맞은 여성들의 자궁 부정출혈에 대한 뉴스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http://www.healthumer.com/news/articleView.html?idxno=5799
내가 유방암 병력자이기 때문에 이 호르몬 부작용에 대해서는 좀 예민하다.
개인적으로도 여성의 출혈 중 가장 심각하고 무서운 것이 자공 부정출혈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나는 화이자 백신 접종 하루 전에 취소했다.
그리고 집 주변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에 남아있는 아스트라제네카(AZ) 잔여백신 접종을 하였다.
백신 접종을 하루 앞두고 취소하려고 1339 질병관리본부로 전화했더니 접종하기 2주 이내에는 기관에 직접 전화해서 취소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정우연합외과의원에 직접 전화했더니 간호사가 좀 싫어하는 기색이었지만 하루 일찍 잔여백신을 맞으려 한다고 하니 흔쾌히 취소해 주었다.
참고로 많은 네이버 블로거들이 질병관리본부 전화번호를 1399로 잘못 올리는데 여기는 불량 식품 신고 센터이고, 질병관리본부 전화번호는 1339이다.
취소 전화를 끝내고 카톡의 잔여백신 접종 가능 여부를 후 바로 예약을 했다.
오전 11시 30분쯤 병원에 도착했는데 나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백신을 맞으러 오지는 않았다.
나는 간단하게 개인정보 확인 절차를 거치고 재활치료과 의사와 상담을 했다.
특이 질병이나 알러지 없고, 현재 복용하는 약도 따로 없다.
그래서 그냥 안내 종이에 사인만 하고 바로 주사 맞을 준비를 하며 간호사와 짧은 얘기도 주고받았다.
간호사 : 혹시 평소에 하는 운동 있으세요? 오늘은 운동하거나 무리하시면 안 돼요. 푹 쉬셔야 해요.
나 : 저 달리기 하는데 가볍게도 안될까요?
간호사 : 평소에 얼마나 하는데 가볍게?
나 : 원래 거의 10km 뛰는데 오늘은 5km만 뛸게요. 땀만 살짝 나게요.
간호사 : (빵 터져 웃으면서) 저기요.. 미쳤나 봐... 안돼요.
오늘은 아예 샤워할 생각하지 마세요.
나 : 그럼 맨몸 운동이라도 집에서 간단하게 해도 될까요?
간호사 : 장르가?
나 : 푸시업, 플랭크, 스쿼트 같은...
간호사 : (또 빵 터져 웃으면서..) 나 이런 환자는 또 처음 보내... 혹시 운동선수인가요?
환자분은 오늘 특별히 움직이지 마시고 누워만 있으세요. 근데 왜 매일 뛰시는 거예요?
나 : 선수는 아니고 그냥... 운동이니까.. 매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중독인 건가...
주사를 맞고는 주사 부위는 문지를 수 없었고, 하루 동안 물이 닿으면 안 됐다.
그리고 15분 정도 간호사 눈에 띄는 곳에 앉아 반응이 있는지 없는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15분 후 나는 아무 반응이 나타나지 않아 자전거를 타고 그대로 집으로 왔다.
알콜 종류를 제외한 커피나 일반적인 음식들은 모두 섭취 가능하고, 두통이나 미열, 몸살 기운이 있을 때 타이레놀 한 알을 먹으라고 했다.
맞고 나서 3~4시간이 지났지만 딱히 아프지도 않았고, 특별히 움직임이 있는 날도 아니었다.
그리고 주사를 맞고 정확히 6시간 후,
갑자기 추워지면서 온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미열과 몸살 기운으로 달리기는커녕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열은 37도가 살짝 넘어 타이레놀 한 알을 먹었다.
오후 6시부터는 아무것도 못한 채 전기장판을 침대 위에 깔고 몸을 지지기 시작했다.
자꾸 잠이 들었다 깼다 하다 보니 다음 날 오전 7시였다.
그래도 하루 지났다고 상태가 조금 호전이 되었는지 2일 차 아침에 가볍게 집 앞 공원 걷기를 30분 정도 했다.
걷다 보니 입맛은 없지만 온몸에 차오르는 열에 시원한 건 먹고 싶었다.
그래서 냉동실 저 깊숙이 예전에 쟁여둔 콘 아이스크림을 먹어치웠다.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결국 또 쓰러졌다.
1일 차 저녁보다는 덜했지만 춥고, 몸살 기운에 미열이 났다.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 결국 정신없이 골골거리다가 전기장판 위에서 하루를 마쳤다.
타이레놀은 먹지 않았다.
그렇게 3일 차 수요일 아침이 되니 2kg이 쑥 빠져 있었다.
앞서 2일 차만큼 힘든 건 아니었지만 두통과 함께 약간의 몸살 기운이 남았다.
평소 생활을 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가야금 레슨은 빠져야 했다.
조금 나아졌다고 움직이는 순간 바로 몸살이 심하게 온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입맛도 없어서 하루 종일 바나나 1개와 믹스커피 1잔밖에 못 먹었다.
3일 차가 되니 정부에서 안내 문자도 발송이 됐다.
이런 걸 보면 우리나라 기관과 의료진들이 코로나 관련해서는 일을 참 잘하는구나 하고 느낀다.
해외에서 몇 년 살아보니 외국은 이런 거 없다.
그냥 감추기 바쁘고, 쉬쉬하느라 정신없는데 한국처럼 의심되는 상황에 무조건 코로나 검사받으러 오히려 재촉하고 이런 문자라도 보내주는 건 한국뿐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시국에 한국에 있음을 참 감사하게 생각한다.
4~5일 차부터는 서서히 나아지기 시작했다.
어쩌다 두통으로 약간의 불편함은 있었지만 참을만했다.
식성도 돌아와서 엄마와 짜장면에 야끼 짬뽕으로 만찬을 즐겼다.
그래도 저녁은 추웠는지 전기장판을 켜고 자야만 했다.
6일 차 토요일 저녁, 나는 가볍게 공원을 4km 정도 뛰었다.
컨디션이 거의 돌아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건 나만의 생각이었을까?
씻고 나니 갑자기 멀어지고 있던 몸살 기운과 미열이 살짝 올라오기 시작했다.
나는 얼른 전기장판 위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오늘은 7일 차 일요일이다.
다행히 아무 탈없이 하루의 일상을 천천히 지내고 있다.
역시 일주일간 움직이지 말라는 의료진의 말을 들었어야 했다.
그래서 낮에는 가족들과 맛있는 걸 마음껏 먹고도
오늘은 날씨도 좋고 컨디션도 좋았지만 내일까지는 뛰지 않을 예정이다.
아무래도 순간순간 두통이 살짝 남은 느낌이 있다.
이렇게 일주일이 지나가면서 나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차 접종은 마무리가 되었다.
2차 접종의 경우 같은 장소에서 2021년 11월 1일로 자동 확정되었다.
요즘 백신 부작용으로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은데 나는 그나마 큰 부작용 없이 편히 지나가게 되어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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