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을 배운 지 한 달 반이 지났다.
대구국악학원에서 벌써 7회 레슨을 받았고 학원 내에서 다른 분들과 얼굴을 익히며 조금씩 친해졌다.
다들 취미반이라 그런지 진도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지만 그래도 기왕 하는 거 다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스스로 연습을 즐기는 분위기이다.
나도 처음에는 가야금 줄 위에 손가락 올려놓는 것도 어색했다.
게다가 빳빳한 줄은 잘못 손대면 끊어질까 봐 얼마나 조마조마했는데 이제는 손가락이 겁을 상실했다.
손가락에 줄이 닿는 대로 사정없이 가서 뜯어가며 연습을 즐기고 있다.
이제는 무릎 위에 가야금을 올리는 것이 익숙해졌다.
(그냥 무릎 위에 올리는 것만이라고 했다....)
한 달이 지나서 내 생각과 달리 재미없고 지루하면 어쩌나 했는데 그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연습을 안 하면 모를까 한번 가야금을 무릎에 얹으면 30분만 연습하자고 마음먹어도 하다 보면 어느새 '5분만 더!'를 외치는 나를 발견한다.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마치 게임처럼 한 번 시작하면 이상하게 계속하게 되는 묘한 중독성이 있다.
다만 다리가 좀 많이 저릴 뿐...
1~2주 차 오른손 검지로 뜯기
첫 시작은 역시나 가야금의 명칭들을 배우고 음계를 익히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줄이 12개가 있다는 것과 몇 개 되지 않는 명칭들 뿐이라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자세를 잡아 음계마다 줄을 뜯는 것 또한 지난번에 첫 수업 아래의 포스팅에 언급하였으므로 간단하게 넘어가려 한다.
https://kwon1230.tistory.com/85
가야금을 배우기 시작했다.(feat.대구국악학원)
대만에서 7년을 살았다. 해외에 살면 애국자 된다더니 나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 음식을 집에서 해 먹고, 한국 영화만 영화관에서 보고, 괜히 한국 소식에 더 예민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오게
kwon1230.tistory.com
1주 차에는 손으로 주법을 익히기보다는 눈으로 줄 위치 따라가기 바쁘고 손가락으로 꿈틀거리는 나쁜 습관이 있었다.
손에 힘도 많이 들어가서 소리는 소리대로 고르지 않고 오른손 둘째 손가락이 후끈후끈한 게 칼에 쓸린 것처럼 아팠다.
선생님은 손가락에 물집이 잡힐 수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연습할 때마다 차가운 커피를 옆에 두고 손가락이 빨갛게 뜨거워질 때마다 얼른 열을 식혀가며 적응했다.
다행히 내 손가락은 약간의 쓸리는 듯한 통증은 있었어도 물집은 잡히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예전에 기타를 배울 때도 그랬던 기억이 난다.
아무래도 동서양 불문하고 현악기를 배우려면 처음 손가락의 수난은 으레 거쳐야 할 과정인 듯하다.
2주 차에는 그래도 손가락이 잘 적응해 가면서 소리도 1주 차에 비해서 튀지 않았다.
힘도 좀 풀리긴 했지만 피아노 치는 습관 때문에 힘 뺄 때 팔꿈치를 들려는 버릇이 종종 나왔다.
음계를 뜯을 때 눈으로 확인한 후 뜯는 것보다 손의 감각으로 음계를 찾아가는데 더 연습을 했다.
뜯기 주법을 익히면서 교재 가장 처음에 나오는 봄나들이, 학교종, 짝짜꿍 동요를 적용하였다.
처음에는 무슨 노래인지 알 수 없는 소음의 연속이었는데 2주 차가 되니까 내가 들어도 무슨 노래인지는 알게 됐다.
연습할 때는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너무나 신기하게도 1주 때 근심거리가 2주에 와서 안정적으로 변하는 게 느껴졌다.
3주 차 왼손 얹기
3주 차에서 12줄을 안 보고 원하는 음계를 뜯으면서 음계에 맞게 왼손이 따라가야 했다.
오른손을 좀 더 안정화시키면서 왼손도 슬슬 합류하는 연습이다.
왼손 2, 3번 손가락으로는 줄 누를 자세를 잡는다.
손목은 힘을 풀고 부드럽게 움직이되 손끝으로 까딱까딱하지 않는다.
선생님이 시범을 보여주실 때는 엄청 쉬워 보였는데 나는 팔에 깁스를 했는지 관절의 뻑뻑거림이 너무나도 잘 보였다.
나는 창피했지만 조금 과장스럽게 따라 해 봤는데 너무 어색해서 웃음만 나왔다.
근데 하다 보니 이것도 연습이라고 점점 뻔뻔한 표정으로 왼손을 나풀거리며 얹기 연습을 했다.
문제는 두 손을 따로 할 때는 그래도 나름 잘 따라 하는 듯했는데 오른손을 뜯으며 왼손이 나풀거리려니 자꾸 엉뚱한 음을 짚었다.
원래 피아노도 오른손 따로, 왼손 따로는 쉽지만 두 손 같이 가 어렵더라..
4~5주 차 오른손 튕기기
드디어 오른손 검지로 뜯기를 지나 다른 방법으로 가야금 소리 내는 법을 배웠다.
오른손 검지로 뜯었던 음을 튕기는 것이다.
역시나 선생님께서는 시범을 보여주셨고 나는 그 보답으로 같은 동작 다른 느낌의 튕김으로 보여주었다.
처음 배우는 자세는 왜 늘 어색할까?
소리가 안나기도 하고, 여러 줄이 같이 튕겨지기도 하고, 엉뚱한 음이 튕겨지기도 하고..
튕기기를 하기도 바쁜데 왼손 얹기도 함께 하려니 내 몸뚱이가 잘 못 따라갔다.
그리고 중간에 코로나 백신 접종으로 몸이 너무 힘들기에 4주 차에는 연습을 연속으로 3일 동안 못했다.
교재는 어느새 봄나들이, 학교종에서 다음 장에 있는 태극기, 송아지, 무궁화 동요들로 바뀌었다.
그러나 연습부족과 몸 컨디션이 안 좋아 튕기기는 5주 차까지 연습을 계속하였다.
6주 차 왼손 누르기
6주 차 레슨에서는 왼손으로 줄을 눌어 가야금에 없는 '도'와 파'의 음을 만들어 연주하는 방법을 배웠다.
줄을 눌러서 소리를 내는 것은 현악기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직접 해보니 음 만들 때 손 위치나 강도가 약간만 달라져도 소리가 달라질 정도로 굉장히 민감했다.
선생님은 역시나 멋진 시범을 보여주며 설명해주셨고 나는 뭐 말해 뭐해....
그래도 벌써 악보 교재의 한 페이지 반이 나가 나비야를 하게 되었다.
이렇게 6주 차까지 왼손 눌러 음 만들기 주법을 배웠다.
끝난 게 아니라 쌓아서 종합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라 계속 반복연습을 하지만 하루에 고작 30분~1시간 정도의 연습량이라 그런가 아직까지도 집중을 안 하면 미스가 많이 나긴 한다.
그리고 얼마 전까지는 오른쪽 검지 손가락이 좀 얼얼한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약간의 굳은살이 생겼다.
선생님께 여쭤보니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자연스럽게 굳은살이 없어지면서 다시 부드러운 살로 돌아온다고 했다.
어제는 7주 차로 오른손 세 번째 손가락까지 이용하는 주법을 배웠다.
점점 어려워지는 게 열심히 복습을 안 하면 못 따라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가야금 참 재밌다. 더 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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