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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생활 달리기

달리기를 시작한 지 2년

by 정이모음 2021.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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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

나는 2년 전 달리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왜?

살이 쪄서 빅걸이 되는 바람에 몸속 근육들이 살에 녹아내리는지 움직이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살고자 했고 코로나 사태로 사업이 망해 우울증이 오기 직전인 상황이었다.
그래서 최대한 돈을 아껴야 했기에 나름 가성비 좋은 운동이라 생각하고 고른 게 달리기였다.

누가 그랬다.
달리기는 운동화 하나만 있으면 되는 최고의 운동이라고!
당시에 나는 운동을 1도 몰라서 머릿속이 꽃밭의 모지리 인간이었기 때문에 그 말을 진심으로 믿었다.
근데 아무런 사전 공부나 주변 조언자 없이 시작한 나는 3달 내도록 후회를 했다.

그냥 운동화면 되는 줄 알고 워킹화와 러닝화도 구분 못해서 집에 워킹화를 신고 달렸고,
약간의 통증이 오면 바로 조치를 취하면서 조심해야 하는데 무시하고 냅다 뛰었고,
목표나 과정이 체계적이지 않아 운동의 효과가 더뎠다.

그렇게 버티면서 달렸더니 어느새 2년이 넘어서 그동안 운동을 하면서 나의 전체적인 느낌을 적어보려 한다.

# 나의 상태

처음에는 1km를 목표로 달리기를 했지만 30초 뛰고 3분 걷고를 반복해도 집에서는 쓰러져 곧바로 잠이 들 정도로 체력이 굉장히 약했다.
종아리와 발은 왜 그렇게 자주 아픈지 앉아 있기도 힘들었다.

워낙 약한 체력에 과체중이었기에 달리기를 하고 3개월 만에 2~3km를 겨우 뛰어낼 수 있었고, 기록은 무의미했다.
남들은 3달이면 5km도 거뜬히 뛴다던데 나는 거의 6개월이 걸린 것 같다.

요령도 없고, 부상도 자주 입었으나 이상하게 매일 뛰었다.
비가 폭풍처럼 와도, 주말에도..
생리 첫째날을 제외하고는 매일 뛰었다.

그러다 보니 1년이 지나고 나서는 1시간 내에 10km를 뛸 수 있게 되었고, 그동안 자발적으로 21km도 2번이나 뛰었다.
이제는 기록에 대한 집착은 없고 주 1~2회 달리기 휴식으로 밤바다 집 근처 강변공원에서 컨디션에 따라 매일 5~10km 정도를 달리고 있다.
그리고 그 전에 필수로 스트레칭, 맨몸 스쿼트 100회, 푸쉬업 30회, 각종 맨몸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언젠가 풀업도 잘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아직은 하나도 못함..ㅠ)

매번 기록한 인증 사진으로 운동 기록들

# 운동은 환경이 중요하다.

내가 운동 1도 못하는 수많은 이유 중 하나가 내 주변 환경일 것이다.
끼리끼리라고 마찬가지로 주변 사람들 아무도 운동을 못한다.
숨도 겨우 쉬는 인간들이 수두룩 빽빽이라 운동 효과에 대해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하다.
오죽하면 내가 달리기를 시작했다고 했을 때 반응들이 이랬다.

'뭘 그런 쓸데없는 걸 하고 있어? 일주일도 안 가서 그만둘 거....'

나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았던 것 같다.
그나마 스트레칭이나 취미 수영, 줌마 댄스, 헬린이 헬스, 요가나 할 것이지...
굳이 기록 운동, 경쟁 운동으로 해야 하나?

이건 내가 달리기 시작 전 생각했던 부분이다.
한 번도 운동으로 인한 엄청난 성취감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가벼운 수준의 몇 가지를 제외하고 운동은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달리기가 익숙해지고 6개월이 지나면서 알았다.
그냥 냅다 하는 거다.
성취감이라는 건 내 수준에서 요만큼 저만큼 조금씩 해낼 때 느끼는 거였다.
그때 운동의 즐거움이 느끼는 것인데 아쉬운 건 아직 주변에 함께 이 감정을 느낄 사람이 없다.

그래서 나름 환경을 만들었는데 인스타그램으로 달리기 하는 사람들과 매일 운동 기록을 소통하고 있다.
그나마 그걸로 매일 나가서 뛸 원동력과 응원을 받았다.
사실 그 사람들도 홀로 뛰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는 부분도 꽤 있는 듯하다.

아.... 놀라운 사실이 하나 있다.
나는 운동에 관심 1도 없는 주변인들로 인해 운동하기 척박한 환경이었기에 달리기 처음에는 꽤 많은 농담, 조롱, 비하 등의 말을 많이 들었다.
지금은 어느 정도 내 몸에 밴 운동 습관과 효과를 보고서는 아무도 그렇게 얘기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그 사람들의 새로운 계기가 되어 주변에서 운동을 하자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숨쉬기도 제대로 못하는 인간들이었는데 엄청난 발전이라 생각한다.

# 운동 중 부상은 필수 단계이니 공부가 필요하다.

운동은 몸만 하는 게 아니었다.
어느 정도의 지식을 머리로 익히고, 내 운동능력 수준에 맞게 업그레이드 해가야 했다.
아무리 공부를 해도 바르고 숙련된 자세가 익숙해지기 전까지 부상이 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단지 공부를 해서 그 부상을 초기 조짐이 보일 때 잘 관리하면서 넘기는 것일 뿐...
살에 파묻힌 관절들을 쓰고 나면 근육통이 안 올 수가 없다.
잘못 헛디뎌 발목을 접질리는 것도 그럴 것이고, 스트레칭을 안 해서 종아리에 쥐가 나기도 할 것이다.
나는 이걸 모르고 무작정 뛰었더니 첫 3개월간 엄청난 통증과 부상에 시달렸다.

이런 부상 위험을 달면서도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동안 내가 부상당한 곳은 어깨, 허리, 골반, 허벅지, 종아리, 무릎, 발바닥, 발등, 발가락까지다.
지금 보니 운동하면서 골고루 다 아팠다.
근데 부상을 당했다 해도 운동을 안 하고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비만, 우울증 등등 그 외 수많은 혈관, 심장, 만병의 질병을 달고 사는 것보다 병상의 정도가 훨씬 가벼웠다.

어차피 사람은 건강 빼면 산송장이기 때문에 아프든 안 아프든 운동은 필수로 해야 한다.
약간의 부상은 어쩔 수 없지만 나는 적어도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비만으로부터 훨씬 자유로워졌다.

# 운동은 장비빨이다.

시작 전에는 운동화 한 켤레만으로도 가성비 쩌는 운동이라 생각했다.
근데 이것도 하다 보니 점점 장비가 늘어났다.

처음에는 가볍게 암밴드에 휴대폰을 넣고 블루투스 스피커로 음악을 들으면서 달리고 걷고를 반복했다.
며칠이 지나 발바닥 부상으로 신발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았고, 인터넷 폭풍 검색으로 제대로 된 러닝화를 구입했다.
그리고 땀을 비 오듯 많이 흘리기 시작하니 기능성 운동복에 눈을 돌렸고, 암밴드는 힙색으로 바꾸었다.
달릴 수 있는 거리가 늘어날수록 좀 더 체계적인 운동을 위해 스마트 워치를 구입했다.

이제는 멈출 수 없다.
고스펙 기능에 욕심이 나고, 쫄쫄이 바지가 예뻐 보이기까지 한다.
하다못해 맨몸 운동만 하는데도 요가매트는 왜 이리 다양하고 푸쉬업 보조 기구들은 왜 이리 잘 나오는 것일까?
지름신에 내 주머니가 가벼워질세라 나는 오늘도 어쩔 수 없이 먹고 싶었던 베스킨라벤스를 참고 할인마트에서 왕창 할인 아이스크림으로 만족해야 했다.

나의 첫 러닝화 아디다스 클리마쿨과 스마트 워치-장비가 날로 좋아지고 있다.

# 다이어트 효과?!

결론적으로 말해서 뛰면 살이 빠진다.
나도 14kg 빼고 계속 유지 중이다.
다이어트에 뛰는 것과 빠르게 걷기 중 무엇이 더 효과적이냐 하는데 이건 둘 다 잘하는 사람이 그냥 고민하는 거다.
뛰어보지도 않고 걷기 할까 뛸까를 고민한다면 그냥 시간낭비다.

'뛸 수 있다면 뛴다. 관절 이상이나 몸에 문제가 있다면 걷는다.'

이렇게 생각해야 걷든 뛰든 다이어트 효과를 본다.
단, 한 달은 뛸 생각 해야 된다.
몇 개월, 몇 년을 맘 놓고 먹어놓고 3일 만에 효과 바라면 양심 없는 거다.

일단 달리기는 습관을 들여놓으면 폭식을 해도 2일 안에 몸무게가 돌아온다.
먹는 거 다 먹어도 된다.
나는 어제 마카롱 3개, 빵, 아이스크림도 모두 흡입하였다.
저녁에 1시간 30분에 걸쳐 맨몸 운동과 함께 7km를 조금 넘게 뛰었다.
빵순이답게 오늘은 소보루빵과 크림빵 2개를 흡입하였음에도 살이 찌지 않을 것이다.
오늘도 5km 이상 뛸 생각이기 때문이다.

이건 먹으려고 뛰는 건지, 뛰려고 먹는 건지 점점 알 수가 없다.
먹는 건 자제할 수가 없으나 하나 바뀐 것은 있다.

나는 알코올과 콜라는 절대 먹지 않는다.
정크푸드도 맛있게 먹기는 다 먹는데 그보다 건강식을 좀 더 선호하는 편이다.
미묘한 차이일 수도 있지만...
마치... 롯데X아 버거 세트에서 서브웨ㅇ 샌드위치로 바뀐 느낌이랄까?

육식 공룡처럼 고기에 환장하는 내 남동생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예전에는 면 종류나 떡볶이, 탄수화물 음식이 그렇게 좋았는데 이제는 제육볶음과 돈가스가 제일 좋다.
아직도 떡볶이, 빵, 떡은 사랑하지만 이제는 고기라면 환장하는군.

그리고 저녁 6시 이후로는 저녁도, 야식도, 음료도,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환장하는 고기도, 사랑하는 빵도 5시 30분이면 모두 손을 놓게 된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고, 음식 냄새가 진동을 해도 이상하게 저녁 6시 이후로는 잘 참아지게 된다.
이상하게 그렇게 몸이 자리를 잡았다.
달리기에서 식욕은 두 배로 늘었는데 식생활 밸런스는 오히려 더 건강하게 잘 잡힌 것도 다이어트 효과를 본 듯하다.

내가 자주 해먹는 식사들-치킨마요, 제육볶음, 소불고기

# 더 큰 효과?!

처음에는 살을 좀 빼겠다고 시작한 운동이었지만 다이어트는 물론 내 몸의 변화는 더 컸다.
일단 몸이 굉장히 탄탄해졌다.
가끔 거울 속 나를 봐도 스스로 깜짝 놀라는 포인트는 업된 엉덩이와 팔다리에 보기 좋게 장착된 근육들이다.
물론 달리기와 함께 보조적으로 푸쉬업과 각종 맨몸 운동, 스트레칭을 곁들였다.
여자 몸이다 보니 남자만큼 우락부락 강력한 근육은 아니지만 탄력 넘치고 건강미가 보이는 몸이 되어 꽤 만족스럽다.

건강미 넘치는 몸이 되고 나니 얼굴의 표정도 바뀌었다.
되는 일 하나도 없어서 웃을 일도 하나 없는 날들인데 얼굴에 생기가 돈다고 해야 하나?
원래 못생겨서 다른 사람들은 내 얼굴을 보면 잘 모르겠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그 얼굴에 짜증, 근심을 달고 다니는 죽상 표정을 하고 스트레스에 수시로 한숨을 쉬었다.
지금은 코로나로 잠시 망했으니 예전보다 스트레스가 더 하다.
근데 오히려 나의 얼굴은 그때만큼 엉망이지 않다.
그냥 알 수 없는 자신감, 자만감, 자존감이 생겼다.
이상하게도 뭐든..
나는 다시 시작해도 잘할 것 같고 괜찮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 믿을 건 내 몸뚱이 하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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