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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10

[항암일기] 친구들의 좋은 소식 항암 치료 2차 중반이 넘어가고 나의 일상은 굉장히 단조로워졌다. 하루의 특별한 일정은 없었다. 그저 오전에 헬스장에서 간단한 요가 수업을 받고, 오후에는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강아지와 산책을 했다. 책도 보고 TV 예능도 봤다가 과일과 요거트도 챙겨 먹었다. 무언가 성취보다는 하루를 무사히 무탈하게 지내는 따분한 삶 그 자체였다. 매일 지키고자 했던 계획들과 파이팅 넘치던 다짐들은 다 부질없었다. 피곤함과 무기력함에 모든 게 귀찮았다. 눈을 감았다가 뜨면 어느새 2~3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있었다. 항암 치료 1차 때에는 주변 사람들의 걱정과 응원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났을 뿐인데 이제는 사람들이 더 이상 나를 찾지 않았다. 그럴 수 있다... 바쁘니까... 나도 혼자의 긴 시간에 익.. 2022. 6. 25.
[항암일기] 2차 항암 주사를 맞으면서.. 2012년 11월 7일 수요일. 서울삼성병원에서 2차 항암주사를 맞는 날이었다. 암병원은 늘 기다리는 게 일이다. 항암주사는 구경도 못했는데 대구에서 서울까지 4시간 장거리 운전으로 허리에 파스를 도배 중인 엄마와 나 대신 진료비 납부에 약국, 편의점, 은행까지 여기저기 심부름으로 정신없는 남동생도 진이 빠지기 시작했다. 올 때는 환자1명과 보호자 2명이었지만 갈 때는 환자가 1+2명이 되어 버리는 신기한 곳이다. 내가 하는 일이라고는 그저 빈 의자를 찾아 앉아서 동생이 갖다 준 음식을 먹고 기다리다 졸기를 반복하는 것뿐이었다. 중간에 의료진이 불러서 1차 항암주사 후 3주간 어땠는지 영양상태를 상담했는데 나는 다행히 알레르기나 몸의 거부반응 같은 변수 없이 순조롭게 진행된 편이라고 한다. 이상하다. 난.. 2022. 6. 14.
흑마늘이 면역에 좋다던데.. 유방암에도 좋을까? 내가 한국에 왔다고 엄마는 매일이 분주하다. 반찬 해다 갖다 주고, 필요한 거 사다 주고, 행여나 혼자 있을 때 힘들까 봐 신경 쓰고 대화해주고.. 내가 보기엔 자가격리 중인 나보다 엄마가 몸살로 먼저 아플 것 같다. 그 와중에 중복이 왔다고 엄마가 흑마늘이 들어있는 통을 건네주면서 하루에 5알씩 까먹으라고 했다. 면역에 그렇게 좋다고 하여 온 마음을 다해서 정성스럽게 흑마늘을 삶았다는 말과 함께... 사실 나는 나이 먹고도 나잇값 못하는 어린이 입맛 소유자라 이런 것들을 아직 싫어한다. 마늘 좋은 거는 전 세계에서 마늘 가장 많이 먹는 민족에게 말해봐야 입만 아프지만 흑마늘도 마늘이다 보니 먹고 난 후 입안에 가득한 마늘냄새로 하루 종일 고통스러울 것을 생각하니 너무 먹기 싫었다. 생긴 것은 시커먼 게.. 2021. 7. 13.
항암치료 중 내가 꼭 지킨 습관 5가지 항암치료를 하면서 내가 스스로 만들어 놓고 지킨 규칙과 습관들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맞지 않는 방법일 수도 있고, 호불호도 갈릴 수도 있다. 현재 건강해진 내가 예전 투병생활을 돌이켜 보니 나에게는 이 방법들이 꽤 좋았다. 그 외에도 시도하고 실행했던 것들이 많았지만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습관들을 나열해 보려고 한다. 1. 먹거리 아침엔 사과, 고기도 충분히, 보양 음식은 절제! 나는 하루의 일과를 사과로 시작했다. 매일 아침 식사 전에 먹는 사과는 산뜻함과 동시에 소화를 도와주었다. 물조차도 비려서 구역질을 하는 날에는 사과가 나를 위로하였다. 굳이 사과일 필요는 없지만 사시사철 편리하게 구할 수 있는 과일이다 보니 바나나와 함께 가장 많은 먹은 듯하다. 혈당 조절을 하는 사람들은 예외지만 유방암 환.. 2021. 6. 24.
[항암일기]항암주사 보름 후, 나는 빡빡이가 되었다. 2012년 10월 말. 제법 쌀쌀함이 느껴지는 가을이었다. 몸 상태는 항암주사 3일 후부터 엄청나게 나빠졌고, 나름 소소하게 계획한 것들을 하루 이틀 빼먹게 되는 몸뚱이의 상태는 도저히 어찌해 볼 방법이 없었다. 나는 너무 예민해져 있었고, 매일 내 육체는 정신과의 싸움에서 졌다. 그래도 강아지와의 외출은 빼먹지 않았고, 산책을 하고 오면 그나마 약간의 힘이 붙긴 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정확하게 항암주사를 맞은 지 보름이 되던 날. 미용실 원장님이 잘 정리해 준 내 머리 스타일에 변화가 왔다. 이상하게 하루 전부터 머리 두피가 욱신거리더니 머리에 손을 대는 순간 정말로 드라마에서 보던 장면이 연출됐다. 머리카락이 한 주먹씩 쑥 빠졌다. 나는 왼쪽 주먹에 빠진 머리카락 한 뭉.. 2021. 6. 20.
[항암일기]나의 항암치료 중 활력소, 강아지 내가 항암치료를 하던 대구 집에는 말티즈와 사모예드의 예쁜 믹스견인 댕댕이 1마리를 키웠다. 말이 좋아 믹스견이지 '앉아, 일어서!'도 못 알아듣는 영락없는 똥개이다. 뭐.. 그런 거 안 가르친 주인 탓이지.. 이름은 개영심이다. 영심이를 집에 데려올 때 원래 우리 가족들은 영심이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예쁘게 지어주려고 했다. 근데 2년정도 다른 주인이 키우던 개라서 그런가 영심이라는 호칭에 유난히 반응을 했다. 결국 이름 바꾸기는 실패했고, 남동생의 이상한 심술에 의해 개영심이라고 부르게 됐다. 성격도 너무 소심해서 사교성도 없지만 산책을 좋아하고 우리 가족에게는 늘 웃음을 주는 사랑스러운 존재였다. ​ 그러나 내가 항암치료를 시작하게 됐고, 요양을 대구 집에서 하다 보니 할머니 입에서 환자 옆에 개가.. 2021.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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