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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나들이

경주 뚜벅이 당일치기 나들이(한옥스벅, 첨성대)

by 정이모음 2022.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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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이모음입니다.

 

일전에 친구와 함께 경주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저의 게으른 천성으로 인해 또다시 한 달이 지나 이제야 포스팅하게 되었습니다.

 

친구와 가볍게 밥 한번 먹기로 약속을 잡은 게 어쩌다 일이 커져서 갑작스럽게 경주까지 가게 되었는데요.

대구에서 경주까지는 약 1시간 거리인데 밥만 먹고 오기는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그날 저녁 6시 전까지는 대구에 돌아온다는 조건으로 당일치기 나들이를 약속하였습니다.

 

당일 아침.

우리는 오전 9시에 동대구 버스터미널 역에서 만났습니다.

경주에서 뚜벅이로 다닐 예정이라 동대구에서 경주 시외버스터미널 노선을 이용하는 게 편리했기 때문입니다.

비용은 1인당 편도 6,500원을 지불했습니다.

동대구 버스터미널역 경주행 버스 출발 전

대구에서 경주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는데 아래 포스팅에서 참고하시면 됩니다.

https://kwon1230.tistory.com/117

 

대구에서 경주가는 방법 (기차, 시외버스)

안녕하세요, 정이모음입니다. 경주는 대구와 1시간 거리에 고즈넉한 역사 풍경에 제가 좋아하는 당일치기 여행지인데요. 그래서 오늘은 대구에서 경주 가는 방법들을 알아보겠습니다. 무궁화호

kwon1230.tistory.com

친구와 저는 오랜만에 대구를 나서는 거라 기분이 조금 들뜬상태였습니다.

당일로 시외를 벗어나 가볍게 바람 쐬고 온 적이 없었던 친구에게 다음에는 제주도에서 점심 한 끼 하고 오자고 했더니 그저 농담으로 듣고 웃었습니다.

나는 진심이었는데... 

그렇게 시시콜콜한 얘기와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진지함을 논하는 사이에 버스는 경주에 다다랐습니다.

경주가는 버스 안에서 친구 모습

우리는 경주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였습니다.

월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도 없고 문을 연 상점도 많지는 않았습니다.

경주에서 우리의 첫 번째 일정은 점심식사였기에 경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황리단길까지 약 15분 정도를 걷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3년 만에 다시 경주를 방문하였는데 그 당시 황리단길에 공사 중이던 한옥들도 모두 예쁘게 완공되어 있었습니다.

고즈넉함보다는 뭔가 트렌디한 황리단길의 한옥 거리의 느낌이 났습니다.

젊은 사람이 많이 찾는 맛집과 상점이 몰려있다 보니 같은 경주 안에서 고적지와는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뭐.. 산책 삼아 걷는 것도 좋지만..

사실 맛있는 걸 먹는 게 이 날의 주된 목적이었으니 지도만 보면서 좀비처럼 황리단길 파스타 맛집 '시즈닝'을 찾아다녔습니다.

10시 30분밖에 되지 않아 조금 이른 듯했지만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면 줄을 선다는 말에 주저 없이 직진하였습니다.

경주 황리단길 파스타 맛집 '시즈닝' 후기는 아래의 포스팅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s://kwon1230.tistory.com/118

 

경주 황리단길 파스타 맛집 '시즈닝' 솔직 후기

안녕하세요, 정이모음입니다. 오늘은 며칠 전 친구와 함께 경주 당일치기 여행에서 네이버 평점 보고 간 파스타 맛집 '시즈닝'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시즈닝 (SEASONING) 경주 황리단길 파스타 맛집

kwon1230.tistory.com

배가 고팠던 건지 음식을 3가지나 주문하여 싹싹 비웠지만 디저트를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사실 저는 대식가이고 항상 식사 배와 커피 배는 따로 구분하여 관리합니다.

그런 저를 보는 친구는 경악을 하면서도 저를 위해 식당을 나와 스타벅스를 함께 가주었습니다.

스타벅스 경주 대릉원점

우리가 방문한 스타벅스는 한옥 스벅으로 유명한 경주 대릉원점입니다.

문을 연 다른 디저트 카페도 거의 없었고, 황리단길에서 걸어서 5분 거리였기 때문에 찾아가기 쉬웠습니다. 

 

 

네이버 지도에서 상세정보 보기

 

스타벅스 경주대릉원점 : 네이버

방문자리뷰 5,121 · 블로그리뷰 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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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단풍이 예뻤던 날 이 주변은 엄청난 인파에 도로 차들도 1분에 10m를 움직이기 힘든 곳이었는데 조용한 도로를 보니 조금 낯설었습니다.

지금은 방역 패스 철회로 없어졌지만 며칠 전만 해도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실내에서 음식을 먹으려면 QR 코드를 체크해야 했습니다.

이제는 이것도 '한 때 그랬었지..' 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지겠네요.

이건 다시는 못 봐도 좋으니 제발 코로나가 좀 줄었으면 좋겠습니다.

실내는 다른 스벅들과 비슷했는데 한쪽에는 한옥에서 빠질 수 없는 좌식 좌석이 있었습니다.

 

그나저나 도로가 조용한 건 월요일이라 사람이 많지 않아서라고 생각했는데..

스벅 안을 들어가니 우리처럼 월요일 아침 댓바람부터 경주 놀러 온 사람들이 다 여기 모여있었습니다.

(최대한 사람들이 없는 곳을 향해 사진을 찍으려 했지만 찍힌 분들께는 죄송합니다.)

저는 라떼, 친구는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리고 달달한 디저트 하나를 주문하였습니다.

사실 달달이는 제가 98.99999% 모두 흡입하였고 친구는 그런 저의 모습을 재밌게 구경하였습니다.

이렇게 밥 먹고 커피 마시며 수다 삼매경이었더니 거의 오후 1시 30분이 다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배도 부르고 입도 아프니 슬슬 나와 스벅을 나와 맞은편 첨성대 쪽으로 걸었습니다.

첨성대 방향으로 걷다 보니 오른쪽에는 인왕동 고분군이 보였는데 아직 겨울의 스산함이 묻어나는 시기라 고분 주변이 온통 고요한 흙빛이었습니다.

이때부터 우리는 고즈넉함에 취해 말하는 것도 걷는 것도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인왕동 고분군

첨성대 가는 길에는 비단벌레 차 매표소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아이들을 위해 주변 순회를 하는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근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우리가 계림 쪽을 지날 때 운행 중인 비단벌레 차와 마주쳤는데 전 겸 가이드하시는 분이 그곳에 대해 아주 쉽게 설명을 하시더라고요.

우리도 타볼걸 그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에는 타보는 걸로...

참고로 비단벌레우리나라에 서식하고 있는 곤충 중 가장 아름다워 공예 장식품 소재로 자주 쓰였다고 하며, 2008년 천연기념물 제496호로도 지정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비단벌레 차 매표소를 지나서 저 멀리 탁 트인 광장에 첨성대에 도착하였습니다.

경주 뚜벅이 여행하면 경주 첨성대 인증은 필수 아닙니까?

경주 첨성대선덕여왕 때 기상 관측을 위해 만들어진 국보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동양에서는 가장 오래된 천문 관측대이고, 국보 31호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술병 모양으로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술병이 아니라 우물 모양이라고 하네요.

이 날도 이렇게 또 한 번 저의 무식함을 인지하고 깨우쳐 가는군요.

「신중동국여지승람」에서는 '사람이 가운데로 오르내리면서 천문을 관측했다.'라는 기록이 있다는데 이과가 아닌 저는 망원경도 없는 시절 어떻게 그게 가능한 지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그건 나중에 구글링을 해보기로 하고 우리는 조금 더 고즈넉한 산책 길을 즐기기로 하였습니다.

첨성대를 나와 우리는 계림으로 걸었습니다.

계림신라 건국 때부터 있던 숲이라는데 고목이 많기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예전에 계림의 나무가 우거져 단풍 향 가득한 숲길을 걸었던 좋은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는 겨울이라 그런지 헐벗은 나무들이 뒤엉켜 있어 삭막하지만 나름 위엄 있는 모습이 장관이었습니다.

경주 계림

계림 정문 입구에는 토막 난 1,300년 된 회화나무가 있는데 병이 들어서 치료 중에 있다고 합니다.

참고로 회화나무는 악귀를 쫓는다 하여 서원이나 향교, 궁궐 앞마당에 많이 심었다고 합니다.

이 얘기는 회화나무 앞 표지판에도 적혀 있지만 비단벌레 차 가이드가 지나가면서 얘기를 하더군요...

다음에는 꼭 타봐야지..

계림 정문 입구의 회화나무

계림의 숲길을 한 바퀴 걸으면 자연스레 내물왕릉으로 이어지는데 가는 길목에 친구가 인생 샷이라며 사진을 찍어주었습니다.

그냥 얼굴이라 불리는 것을 가지고 있는 저는 그나마 뒷모습에서라도 인생샷을 건질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내물왕릉으로 가는 길

신라 제17대 내물왕이 모셔진 내물왕릉 앞에 도착하니 가까이 갈 방법은 없어서 그냥 구경만 멀뚱멀뚱하였습니다.

그저 안내판을 읽고 인증샷을 찍을 뿐..

 

이날은 겨우 오후 4시인데도 생각보다 빨리 어둑어둑해지는 느낌이 들다 보니 내물왕릉까지만 구경을 마치고 우리는 다시 황리단길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경주 내물왕릉 앞

계림에서 나와 첨성대 방향으로 다시 돌아가니 조금 전과 달리 사람들이 북적였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꽤 많이 보였는데 역시 어린 친구들은 늦은 시간일수록 활기가 도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침 일찍 움직이는 우리는 이제 나이가 든 겐가...

다시 황리단길에 들어서니 월요일이지만 역시나 관광지는 관광지였습니다.

경주의 핫플답게 어디서 이렇게들 모여든 건지 오후에는 자동차와 사람들 천지였습니다.

우리는 우연히 뽑기 방 앞을 지나게 됐는데 이런 걸 누가 돈 주고 하나 생각하고 있는 찰나에 친구가 뭐에 홀린 듯 웃으면서 성큼성큼 뽑기 방 안들 들어갔습니다.

저는 급하게 친구 따라 들어가 이런 쓰레기에 누가 돈을 쓰냐며 투덜댔지만 친구는 내가 쓴다며 뽑기 통에 500원을 6개나 넣고 손잡이를 돌렸습니다.

친구는 도베르만+새 모양의 모형을 뽑았습니다.

저는 이 작은 모형에 3천 원을 기꺼이 투자하는 친구가 이해되지 않았지만 말티즈가 아니라서 아쉽다는 친구의 모습에 웃음이 났습니다.

그리고는 뽑기를 한번 더 하더니 저에게도 작은 에펠탑 모형을 하나 주었습니다.

일단 받긴 받았는데 자꾸 보니 귀엽긴 하더라고요.

저는 감정이 메마른 건지 이런 작은 것 하나에도 소소한 기쁨을 느끼는 친구가 신기했습니다.

친구의 표정에는 웃음과 함께 아직 묻어나는 동심이 부러웠습니다.

그리고 뽑기 방을 다시 둘러보니 뽑기 통에는 반이상 채워진 게 없을 만큼 꽤 많은 사람들이 뽑기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역시 내가 이상했던 거군...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벌써 오후 5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대구에 오후 6시까지는 도착하기로 마음먹었는데 기왕 늦은 거 주변 구경 다 하고 아무 생각 없이 황리단길을 빠져나가고 있었습니다. 

해가 지기 시작하니 황리단길의 상점마다 조명이 켜져서 굉장히 예뻤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다음 날의 서로 각자 일정이 있었기에 경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다시 동대구행 버스를 타고 저녁 7시 40분쯤에 돌아왔습니다.

친구는 경주 나들이가 좋았는지 헤어지길 아쉬워하였고, 결국 마지막 일정으로 동대구역 내에서 떡볶이를 함께 먹었습니다.

우리는 동대구역 내에서 맛있는 떡볶이란 없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배가 고팠기에 남기지 않고 다 먹었습니다.

 

그리고 원래 경주를 출발하기 전 플랜 B KTX를 타고 신경주역에 가서 쏘카를 대여하여 경주 내에서 밥 먹고 불국사와 석굴암 구경을 하는 계획도 있었는데 이건 다음에 함께 가기로 약속하였습니다.

 

이상 친구와 함께한 뚜벅이들의 경주 당일치기 나들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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