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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나들이

요즘 대만에서 한국으로 입국하는 과정

by 정이모음 2021.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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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한국으로 돌아온 지도 일주일이 넘었다.

그동안 짐 정리에 미친 듯이 글 쓰는 게 늦었지만 대만에서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와서 입국한 날을 써보려고 한다.

 

나는 2021년 7월 9일 싱가포르의 스쿠트 항공(SCOOT AIR)을 이용할 예정이었고, 위탁 수하물은 옵션을 추가로 미리 신청하여 40kg을 맡길 수 있었다.

짐을 정리해서 미리 한국으로 부쳤지만 그래도 대만에서 살았던 세월만큼 들고 가야 하는 짐이 많은 건 어쩔 수 없었다. 

결국 크고 작은 캐리어 4개에 나눠 담아 40kg를 맞추어 공항에 도착했다.

나의 위탁 수하물 캐리어들

7월 9일 당시는 대만 정부에서 코로나 3급 경보 발령으로 굉장히 방역이 엄격한 때였다.

그래서 공항 내부에서는 음료를 포함해서 음식물 섭취 자체가 금지였다.

어쩔 수 없이 차 안에서 대만 도시락 삐엔땅(便當)을 먹으며 대만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마쳤다.

이후에는 한국을 도착해서까지 6시간 넘게 물도 한 모금 마시지 못했다.

공항 내에 자판기도 정수기도 모두 사용 금지이기 때문이다.

대만 도시락 삐엔땅(便當)

배를 채우고 조금 긴장하면서 공항에 도착하니 이건 무슨...

출국장이라 그런가 사람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그래도 공항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길을 잃고 당황할까 봐 방역 안내 겸 곳곳에 직원들이 멀뚱멀뚱 서있었다.

여긴 나름 24시간 운영되는 국제공항인데 타오위안 국제공항이 이렇게 텅텅 빌 줄이야!!

출국 시간표를 보니 내가 도착한 시간을 기준으로 비행기는 단 3대만이 정상 운행되었다.

 

1시 30분쯤 출발하는 인천행 대한항공 1대, 태국 방콕 비행기 1대, 그리고 내가 탈 인천행 스쿠트 항공 1대

나머지 모두 비행 취소!!

 

공항에 사람이 없는 게 이해가 됐다.

어쩐지 공항 직원들 대부분이 어설프지만 중국어와 한국어를 섞어가며 안내하고 있었다.

출국 행선지가 대부분 한국이니까 이 시간에 이 공항에는 대만 직원들 외에 한국인들이 가장 많다는 말이었다.

나는 이 텅텅 빈 카운터들 중 그나마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체크인 카운터로 갔다.

스쿠트 항공은 수하물 무게를 엄격하게 따졌다.

나는 위탁 수하물 40kg와 기내 수하물 10kg 정확하게 맞춰서 끝내긴 했는데 PCR 음성 확인서 날짜에서 직원이 약간 혼란스러워했다.

7월 9일 15시 35분 출발인데 검사서에 찍힌 날짜는 7월 6일 오후였기 때문에 이미 72시간이 지났다는 것이었다.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이 직원은 단호하게 시간이 지나서 출국 불가능하다며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그 72시간은 출발 실제 시간이 아니라 출발 당일 기준이기 때문에 7월 6일 0시 이후 확인서는 모두 가능하다고 했다.

결국 직원들끼리 모여 얘기 나누더니 자기들끼리도 날짜 계산이 아리송했는지 전화를 걸어 출입국 직원에게 물어보고 한참 후에야 출국 가능하다며 여권을 돌려주었다.

짐도 붙이고 체크인도 하고 이제 출국장으로 들어섰다.

한국인은 여권에 도장을 안 찍고 E-GATE에 여권 스캔만 하고 지나가니 3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게이트 입구부터 면세점까지 사람이 없다.

복도를 걷는데 내가 출입금지 구역을 모르고 들어왔나 싶을 정도로 조금 겁이 났다.

사람이 너무 없어서 대만 시내보다 공항이 더 안전할 것 같다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면세점에서도 역시나 자판기, 정수기 모두 이용할 수 없었고 먹는 걸 사도 음식 섭취 금지이기 때문에 먹을 수가 없었다.

바바리, 코치 같은 몇몇 명품과 대만 관광상품을 취급하는 가게 외에는 모두 문을 닫았다.

가게에 들어가 구경이라도 하려면 손에 알코올을 뿌리고 이름과 연락처를 남겨야 했다.

너무 황량해서 일찍 게이트 문 앞에 도착하여 쉬기로 했는데 내가 잘못 온 것인지 이 구역도 사람이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탑승객들이 조금씩 오기는 했지만 다들 멀리 떨어져 앉아 말없이 대기했다.

 

14시 50분에 탑승을 시작하고 15시 35분에 비행기는 이미 출발해야 됐지만 직원들이 나타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비행기가 소독 중이라 늦어진다고 했지만 이러다가 취소될까 봐 너무 불안했다.

결국 비행기는 15시 50분이 되어서야 탑승을 시작했다.

1시간 딜레이 됐지만 한국으로 가긴 가는구나 하고 안심을 했다.

꽤 큰 비행기였는데 대부분 3 좌석당 1명이 배정되어 앉았다.

그리고 내가 앉을자리에는 미리 위생키트와 한국어 설문조사지가 있었다.

이 설문 조사지를 반드시 써서 한국 공항에서 정부 직원들에 제출해야 한다.

위생키트는 손세정 알코올 젤, 1회용 알코올 티슈, 1회용 마스크가 있었다.

뜯어서 내 다이어리 종이보다 가는 여리한 마스크를 보자니 참으로 질 낮아 보였다.

드디어 비행기가 이륙을 했다.

웬만하면 화장실 사용은 하지 않아야 했고 기내식은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날씨가 습하고 37도에 육박할 정도로 뜨거웠는데 비행기에서 바라보니 오히려 햇빛 쨍쨍한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렇게 한국에 돌아가고 싶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 이 풍경을 못 볼 테니 조금은 섭섭한 생각이 들었다.

약 3시간 정도가 되니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승무원의 안내에 따라 앉은 좌석열 순서대로 일어나 인천공항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나는 좌석번호가 21K였기 때문에 조금 기다렸다가 내 좌석이 방송되어 나섰다.

 

여담으로 나도 한국인이지만 한국인들은 한결같이 모든 상황에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다.

중간 자기 자리에 앉아 있는 건 대만 사람인데 한국인들은 모두 창가나 자기 자리에 앉아 있다가 자기 번호 호명되면 나가려고 모두 복도 쪽에 몰려 앉아 나갈 준비를 마쳤다.

비행기에서 앉은 좌석 순서대로 나갈 준비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한국 땅이라는 생각에 공기부터가 다른 느낌이었다.

그냥 그냥 그냥 너무 기분이 좋았다.

습하지도 않고 한국 특유의 분위기가 났다. 

가장 먼저 검역구역에 도착하니 직원들의 안내를 받으면서 비행기 안에서 썼던 건강상태 서류를 내고 열 체크를 하며 본격적으로 입국 절차를 밟았다.

여기에서 하얀 방역복을 입고 일하는 남자분들 상당 수가 직원이 아닌 군인들이었다.

이 무서운 세균전 싸움에서도 군인은 늘 최전방에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안쓰럽기도 했다.

시간은 거의 저녁 8시가 넘어갔지만 인천공항에 도착한 비행기는 내가 타고 온 것뿐이었기 때문에 입국 절차가 빠르게 끝이 났다.

내 체온은 36.3도였고, 자가격리 안내와 자가 격리자 앱을 설치하고 나니 생각보다 별 복잡한 과정 없이 입국장을 통과하였다.

나는 엄마가 마중 나오기로 했기 때문에 마음을 놓았지만 지방에 사는 다른 사람들은 서둘러야 했다.

해외 입국자들이 인천 공항에서 지방을 가려면 무조건 광명역에서 KTX를 타야 하는데 광명역 셔틀버스 막차는 9시에 마감이기 때문이다.

막차 셔틀버스를 놓치면 인천공항에서 밤에 노숙을 하고 다음 날 아침 7시에 가 되어서야 다시 첫 셔틀버스를 타고 광명역으로 갈 수 있다.

그 셔틀버스는 예약도 불가능하고 선착순으로 줄을 서서 타야 한다.

저녁에는 비행기가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낮시간 3~5시 사이에는 비행기들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그때 사람들이 다 못 타고 2~3시간 밀려버리면 막차 시간 9시 전에 도착했다고 해도 못 탈 가능성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혼자서 방역 택시를 이용하자니 공항에서 지방까지는 몇 십만 원이라 비용이 너무 부담스러웠다.

서울 경기 쪽 직행 셔틀버스는 스케줄이 더 빨리 끝나지만 거의 9~15만 원가량으로 대부분 방역 택시를 이용하는 것 같았다.

드디어 짐을 찾아 내 캐리어들을 카트에 싣고 입국장 문으로 나가니 엄마가 마중 나와 있었다.

우리는 조금 떨어져서 인사를 했고 차로 이동해서 나만 뒷좌석에 앉은 채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집에 가는 길에 혹시나 해서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보건소에 전화를 했는데도 담당 직원이 친절하게 받았다.

이날은 시간이 너무 늦어 PCR 검사가 불가능하고 다음 날 아침 담당구역 보건소에서 PCR 검사를 진행하면 된다고 했다.

 

공항을 빠져나온 지 4시간가량이 되니 내가 지낼 대구 집에 도착하였다.

워낙 깜깜할 때 도착해서 길거리 구경도 못했다.

그래도 집에 오니 긴장이 풀려버려서 피곤했지만 한국에 도착했다는 사실 하나로 너무 좋았다.

얼른 코로나가 끝나야 할 텐데...

엄마가 준비한 환영의 꽃다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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