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이야기/생활정보

판도라의 상자, 나의 싸이월드 사진첩 복원 후기

by 정이모음 2022. 5. 23.
728x90

안녕하세요, 정이모음입니다.

며칠 전 우연히 유명 유튜버가 자신의 흑역사라며 게시판에 올라온 그분의 옛 사진을 보게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싸이월드 계정을 다시 복구한 것이었습니다.

싸이월드 미니홈피 예시

싸이월드라 함은 2000년대 전후를 휩쓴 페북&인스타 과거 PC버전으로 한참 홈피 공간과 캐릭터를 꾸미고, 좋아하던 BGM을 깔기 위해 현질 하던 게 생각이 납니다.

아마 그 당시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싸이월드 안 하는 사람이 없다고 봐도 무관하겠죠?

그러다가 모바일 기준의 SNS들이 나왔고, 싸이월드가 시대에 맞춰 세련된 디자인과 모바일 버전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지만 여전히 그때의 갬성(?)이 그립긴 합니다.

그런데 올해 싸이월드가 진짜로 재오픈하여 예전의 사진들을 복구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싸이월드 홈피

반가워서 바로 검색으로 싸이월드 홈페이지를 들어갔더니 PC버전은 제공이 안되고 모바일 앱 버전만 이용 가능합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과거의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판도라 상자를 열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기에 플레이 스토어에서 다시 싸이월드를 검색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였습니다.

앱을 켜니 예전 감성 그대로 캐릭터와 로고가 반겨주었습니다.

싸이월드를 시작하면 바로 계정 복구부터 합니다.
근데 저는 아이디도 생각이 나지 않아서 전화번호로 아이디 찾기를 선택하여 계정을 복구하였습니다.
전화번호가 바뀐 분들은 이메일로도 계정을 복구할 수 있습니다.

제 계정은 옛날 옛적, 지금 10대들은 IT 역사 교과서에서도 보지 못했을 라이코스(lycos.co.kr)였습니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아이디 계정을 보고는 흑역사 짠내가 솔솔 풍기는 느낌이 들어 순간 덜컥 겁이 나긴 했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멈출 수 없어!!

싸이월드 미니홈피 모바일 버전

싸이월드 모바일은 예전 PC버전을 그대로 옮겨온 것처럼 당시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딱히 촌스럽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의 SNS 방문을 파도타기, 팔로우는 일촌 맺기, 미니홈피와 캐릭터 꾸밀 때 쓰는 싸이월드 머니는 도토리 등 그때의 명칭도 그대로였습니다.

복구된 나의 싸이월드 미니홈피 메인화면

복구를 마쳤으니 가장 궁금했던 나의 과거를 보려 사진첩을 클릭해 보았습니다.
계정 복구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기다리라는 안내 문구가 떴습니다.
알고 보니 주변에 먼저 하신 분들은 빠르면 하루, 길면 일주일을 기다리고 나서야 사진첩 복원이 되었다고 합니다.

사진 업로드 복원 중 안내

기다리고 기다림은 한국인을 분노하게 만들지만 그래도 차분하게 기다려 보았습니다.

하루, 이틀..
며칠을 기다려도 복원되지 않아 저는 싸이월드 흥미를 점점 잃어버리던 중 계정 복구 5일 만에 갑자기 싸이월드로부터 사진첩 복원 완료라는 알람을 받았습니다.

흥분을 가며 가던 길을 멈추고 길가에 서서 저의 판도라를 열어보았습니다.
과거의 저는 어떤 사진들을 올렸을까...



지금은 노견이 된 우리 영심이의 젊은 시절도 있었고..

고등학생 시절, 교복 입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스파게티도 먹으러 다녔고...

나는 나름 음악인이었기에 연주회도 많이 했고..

 

다행히도 바보 짓하는 흑역사는 없었고,

지금보다 풋풋하고.... 젊었습니다.

대부분 2008~2009년의 평범한 일상들과 연주회 사진들이었는데 제 성격이 까칠했던 지라 사진 찍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업로드된 사진은 많지는 않았습니다.
나머지는 다른 분들과 찍은 사진이 많아 소중한 초상권(?)을 위해 묵혀두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복원이 되고 아쉬웠던 점은 사진을 다운로드할 수 없고 화면 캡처만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뭔가 100%의 싸이월드가 돌아온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저도 잊고 있던 과거를 잠시 회상할 수 있게 되어 좋았습니다.


이상 싸이월드 사진첩 복원 후기였습니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