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할머니 생신이었습니다.
저는 생신 기념으로 노인정에서 다른 친구 분들과 함께 나눠 드시라고 떡을 준비하기로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동네 떡집에 몇 군데에 들려 떡 값을 알아보다가 궁 잔기지떡까지 방문하게 되었는데요.
처음에는 잔기지떡이 무엇인지 잘 몰랐습니다.
대구에서는 잔기지떡을 그냥 술떡이라고 불렀는데 알고 보니 증편, 기정떡, 기지떡, 잔기지떡 모두 같은 것이라는 걸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궁 잔기지떡 대구북구점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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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으로 들어가니 카운터 하나에 몇 개의 진열 공간만 있을 정도로 굉장히 작은 곳이었습니다.
상품도 몇 개가 되지 않았지만 굳이 어떤 상품을 파냐고 물어보지 않아도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한눈에 살펴보기 좋았습니다.
여기서 제조되는 잔기지떡을 제외하고는 이미 다른 공장에서 완전 제품으로 들여온 친환경 건강식 스낵과 주전부리들, 약과, 식혜로 상품은 몇 개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근데 건강식이라고는 하지만 스낵 1 봉지에 3,000원이라는 가격은 손이 좀 떨리는 금액이었습니다.
투명 유리 너머로 보이는 안쪽 넓은 공간은 떡을 제조하는 곳이었는데 매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넓기도 했지만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는 작업실을 보고는 먹는 걸로 장난치지 않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케팅이다 어쩐다 해도 역시 주방이 오픈되어 눈으로 직접 확인이 가능하면 마음이 더 가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제가 매장을 두리번거리면서 처음 방문한 티를 팍팍 내고 있으니 사장님이 웃으면서 먼저 시식을 권하였습니다.
시식대에는 팥이 들어간 오리지널 잔기지떡이 있었는데 특별한 맛은 없지만 많이 달지 않으면서 깔끔한 끝 맛이라 어떤 음료와도 잘 어울릴 것 같은 맛이었습니다.
1회용 용기에 담긴 잔기지떡은 개별포장 1팩당 3,000원으로 판매용으로 8개씩 들어있습니다.
따로 예약을 안 해도 살 수는 있지만 금방 매진된다고 합니다.
떡 하나를 먹는 동안 사장님은 굳이 긴 설명보다는 잘 정리된 메뉴판을 하나 보여주었습니다.
이전에 방문한 다른 떡집은 메뉴판도 없고 선물 용도와 양을 콕 집어 얘기해 줘야 가격을 알 수 있었는데 여긴 메뉴판까지 보기 좋게 잘 정리되어 있어서 위생이나 매장 정리정돈에서 너무 비교가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백설기나 경단을 알아보고 있었던 터라 잔기지떡은 생각도 못하였기에 사장님께 할머니 생신에 노인정에서 어르신들이 함께 나눠먹을 용도로 괜찮은지 물어보았습니다.
사장님은 기다렸다는 듯이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외부 보호자들의 입장이 제한되어 돌봄 인원도 적고, 이가 약하고 소화 기능이 떨어지는 어른들이 혼자 떡을 먹다가 목막힘 사고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요양원, 치매센터, 노인복지관 등 현재 대부분의 노인 관련 시설에는 떡이 반입되지 않는다고 친절하게 알려주셨습니다.
그 와중에 유일하게 반입이 가능한 떡이 잔기지떡이라며 요양센터와 치매센터 선물용으로도 주문이 많다고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궁 잔기지떡은 기본 팥 앙금 잔기지떡, 쑥 잔기지떡, 밤 잔기지떡 등 3종류가 있었습니다.
기본 잔기지떡과 쑥 잔기지떡에는 팥 앙금이 들어있고, 밤 잔기지떡에는 밤이 고물로 올라가 있지만 팥 앙금이 없습니다.
잔기지떡은 발효 시간이 있다 보니 최소 하루 전에 예약을 받아 바로 픽업 당일 주문 제작을 한다고 합니다.
근데 제가 떡을 픽업하는 날에는 쑥 잔기지떡을 제조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궁 잔기지떡과 밤 잔기지떡을 반반으로 50알 박스 15,000원에 예약을 하였습니다.
참고로 궁 잔기지떡은 28,000원 이상 주문하면 전국에 무료로 택배 배송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다음 날, 저는 주문한 떡을 픽업하였습니다.
하필 비가 많이 오고 코로나가 심해서 어디를 돌아다니기가 힘들었기에 이번 생신에는 소소하게 카페에서 할머니와 둘이 컵 빙수를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할머니는 카페에 들어서기 전부터 줄곧 제 손에 쥔 흰 박스만 쳐다보셨는데 떡이라고 하니 좋아하셨습니다.
떡을 좋아하시지만 요즘에는 어르신들도 깔끔하고 보기 좋은 포장을 선호하시더라고요.
들고 다니기에 간편하고 깔끔해야 폼이 난다나.. 어쩐다나...
그러면서 박스를 열어 내용물까지 직접 확인하고는 반지르르하고 하얀 때깔에 흡족해하셨습니다.
빙수를 먹고 배는 불렀지만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얼른 잔기지떡부터 세팅하여 할머니와 아빠가 맛보게 하였습니다.
우리 가족은 팥을 좋아하는 편이라 밤 잔기지떡보다는 팥 앙금을 더 좋아하셨고, 잔기지떡 안에 팥 앙금이 좀 더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쫀득쫀득하니 너무 달지 않아 술술 넘어간다는 평을 내놓았습니다.
그렇게 배부르다고 하시더니 노인정은 가지도 않았는데 결국 그 자리에서 1/3 이상을 다 먹어버렸습니다.
그냥 다음에 다시 사드리는 걸로...
남은 떡은 2일 정도 상온에 둘 수 있지만 그 후에는 3~4개씩 소분하여 냉동고에 보관했다가 꺼내 먹을 때 전자레인지 2분 정도 돌려 먹으면 된다고 합니다.
이번에 어르신들이 잘 드시는 걸 보니 앞으로 선물용으로 가볍게 준비하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잔기지떡을 구입하면서 좀 더 알게 된 것들이 있다면...
잔기지떡 칼로리는 1개당 약 50~55칼로리 정도로 다른 떡에 비해서 가벼운 편이다.
발효 음식에 소화가 쉬운 편이라 굳이 떡이 먹고 싶은 환자나 다이어터가 먹기에도 무난하다.
그래도 많이 먹으면 살찔 수 있으므로 윤기 나는 하얀 음식은 조심하자.
이상 궁 잔기지떡 대구북구점 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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