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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이야기/독서, 영상 리뷰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리뷰

by 정이모음 2022.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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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이모음입니다.

 

어느 날, 알라딘 인터넷 서점에 굿즈 문구를 사러 갔다가 아주 강렬한 문구에 시선을 빼앗겨 사버린 책이 있습니다.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초판본 양장) - 더 스토리 출판사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파렴치한 권모술수’로 오해받았던 책.

교황청의 분노를 샀던 금서(禁書)

 

원래 보지 말라면 더 보고 싶은 게 사람 마음 아닙니까?

오늘은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고 리뷰를 써보려 합니다.

 

책의 저자
니콜로 마키아벨리(Niccolò Machiavelli)
니콜로 마키아벨리(Niccolò Machiavelli)

우선 이 책의 저자는 니콜로 마키아벨리라는 16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사람입니다.

 

당시에는 이탈리아가 지금의 장화 모양의 지도를 갖추기 전 분열된 이탈리아의 시 국가들(밀라노 공국, 베네치아 공화국, 피렌체 공화국, 교황령, 나폴리 왕국 등) 주변 강국(프랑스, 에스파냐 왕국, 신성로마제국 등)과의 크고 작은 전쟁으로 혼란스러웠던 시기였는데요.

16세기 이탈리아의 모습 (책 앞부분 촬영)

그중 피렌체 공화국의 실력 있는 외교관이던 니콜라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을 쓰게 된 이유를 책에서는 아래의 문장으로 설명하였습니다.

 

'국운이 풍전등화인 그 시점에 피렌체를 살려내려고 강대국 사이를 필사적으로 오갔던 외교관이 바로 마키아벨리였으니, 그는 국제 정치의 민낯을 그야말로 낱낱이 보았다.'

 

이 문장만 봐도 니콜라 마키아벨리 입장에서는 군주의 강력한 리더십과 자국 군대의 필요성이 얼마나 절실했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저자의 의도와 달리 왜곡된 해석으로 인해 당시 사람들에게도, 교황청에서도 인정받지 못한 채 금서로 지정되어 버렸습니다.

결국 니콜라 마키아벨리죽고 나서야 후대의 사람들에게 재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청소년 권장 도서로도 추천되고 있다고 합니다. 


책을 읽기 전에는 몰랐는데 책을 읽으면서 작가에 대한 배경 지식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게 되었습니다.

아래에는 당시 이 책이 외면받게 만든 오해 소지의 문장들입니다.

 

피해를 주려거든 감히 복수할 엄두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아주 철저하게 짓밟아 뭉개버려야 한다.

비난받거나 미움받는 일들은 타인에게 미뤄야 한다.

꼭 필요하다면, 악덕을 행하고 나쁜 평판에 개의치 말라.

인간은 은혜를 모르고, 위선적이고, 비겁하며, 이익에 눈이 어둡다.

나라를 지키려면 때로는 배신도 하고, 때로는 잔인해져야 한다.

사랑받는 것보다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모두 하나같이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느낌으로 군주의 덕목 중 인성과 도덕성이 결여된 문장체로 보이기도 합니다.

1550년 출판된 군주론 표지

그러나 마키아벨리는 아무리 외교에 힘써도 전쟁이란 피할 수 없고, 다만 어느 한쪽이 준비가 될 때까지 미뤄질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 국가를 대표하는 실력 있는 외교관이었지만 강대국들의 파워 게임에 느끼는 감정들은 대부분 굴욕감과 서러움, 좌절감, 패배의식이었을 겁니다.

 

저는 이 못된 문장들을 보면서 우리나라 6.25 전쟁 당시 어느 군인이 쓴 일기장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당시 우리나라 군인들은 뭐 하나 갖춰진 것 없이 열악한 상황에서 전쟁을 치러야 했습니다.

그때 매일 치러진 전쟁의 참상을 일기로 자세하게 남기던 한 군인이 있었습니다.

근데 특이한 것은 일기의 끝맺음 문장은 늘 같았습니다.

 

우리에게 탱크 한 대만 있었어도 더 전진했을 텐데...

우리에게 탱크 한 대만 있었어도 전우들이 덜 죽어나갔을 텐데...

우리에게 탱크 한 대만 있었어도 이렇게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을 텐데...

 

약소국의 서러움과 무력감이 너무나도 잘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군인의 일기장과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서 표현의 방법이 다를 뿐 같은 정서를 공유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우리에게도 강력한 리더십의 군주가 있었다면...

질 높은 자국 군대를 가지고 있었다면...

 

그래서 그런지 앞서 단호하고 못된 어휘들로 채워진 군주의 행동 강령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 것을 지켜야 한다'는 절규처럼 보였습니다.

동시에 한 번쯤은 주변국들보다 압도적으로 강력해지고 싶다는 욕구가 있지 않았을까요?

 

물론 그런 저자의 심정을 모른 채 이 책을 본다면 '무조건 이기면 그만'인 파렴치한 정치인이라 생각했을 겁니다.


그렇다고 마키아벨리가 승리를 위한 무자비한 내용만을 쓴 것은 아닙니다.

그는 늘 결단을 내려야 하는 군주의 딜레마를 이해하는 정치인이었습니다.

 

그렇기에 행동에 앞서 머뭇거리게 되는 도덕적 갈등에서 조금은 자유롭고 과감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그대로의 거친 표현으로 죽을 때까지 자신의 명예를 되찾지는 못했지만 그의 진정성은 후대의 사람들에게 많은 명언을 남겼습니다.

 

자신에게 유리한 시간이 오기를 인내하라.

바다가 고요할 때 폭풍우를 대비하라.

지나간 승리는 잊고 앞으로의 승리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라.

아랫사람의 충성을 원한다면 그를 먼저 대우하라.

시련은 위대한 군주를 만든다.

 

군주의 행동강령이라고는 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인생의 격언이 되기도 합니다.

 

결단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무자비한 발언이 많았지만 대다수의 내용에는 한 국가의 위기 중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나열하고 대처하는 방법을 서술하였습니다.

과거 수많은 사례들을 가져와 성공과 실패를 분석하였고, 사람들의 심리를 파악하여 전략적으로 이길 수밖에 없는 판을 만드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당시 사람들은 이 책이 인성과 도덕성을 버리고 권모술수만을 부린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그가 간절히 바란 것은 올바른 신념과 도덕성을 갖춘 실력있는 군주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마지막에서는 결국 직설적으로 '운에 기대지 마라, 실력이 필요하다'라고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결국 그가 제시한 수많은 사례와 방법, 전략들 모두 '도덕성, 신념, 신중, 절제, 과감함, 임기응변, 고뇌 등의 자기 성찰을 할 줄 아는 군주가 국가를 통제한다'는 전제를 가지고 얘기한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이 혼란스러운 시기에 피렌체 군주의 역량이 얼마나 시원찮았길래 이렇게까지 열변을 토하면서 군사 전력과 방법론들을 하나하나 떠먹여 주듯 얘기를 했을까 싶습니다.

 

만약 마키아벨리가 무덤에서 살아나서 지금의 우크라이나를 본다면 어땠을까요?

약소국으로 상대보다 엄청난 열세와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국민이 하나가 되었고, 자주국방을 중심으로 오히려 이기는 싸움을 만들어가고 있는 그들에게 울면서 물개 박수를 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알라딘에서 보기

 

초판본 군주론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파렴치한 권모술수’로 오해받았던 책.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심혈을 기울여 쓴 《군주론》이 더스토리를 통해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로 소개

www.aladin.co.kr


이상 강력한 군주와 자주국방의 중요성, 세상의 진리를 날 것 그대로 알게 해 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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