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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이야기/독서, 영상 리뷰

미술 바보들을 위한 책, 방구석 미술관 리뷰

by 정이모음 2022.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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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이모음입니다.

요즘은 햇살이 좋아서 공원 벤치에 앉아 새소리를 들으며 괜히 책을 꺼내보곤 하는데요.
책 표지도 알록달록 예쁘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딱이다 싶어서 방구석 미술관을 선택하였습니다.

방구석 미술관 - 조원재 지음(블랙피쉬)

사실 저에게 미술은 참 어렵고 난해합니다.
잘 모르다 보니 그림을 보는 안목도 없다 보니 서점에서도 미술 관련 책들은 쉽게 손이 가지 않는 분야였습니다.

그래도 교양 예술에 대한 지적 결핍은 늘 가슴 한 켠에 자리하고 있다 보니 어쩌다 서점에서 실수로(?) 한 권 정도 사 올 때가 있는데요.
결국 제 수준에 맞지 않아 1~2페이지도 못 보고 책장에서 먼지가 쌓이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이번에는 가볍게 읽을 쉬운 교양 미술 책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방구석 미술관 마지막 장 질문들을 보고 바로 구입하였습니다.

방구석 미술관 마지막장

'미술책만 펼치면 졸음이 쏟아지고,
미술은 공부해도 다 까먹는 분야이고,
왜 명화인지 모르고 쉽게 배우고는 싶지만 재미없고 지루한 건 질색이다.'

제가 봐도 미술 지식을 거저먹고 싶다는 게으름이 보이긴 합니다.
근데 세상에는 저 같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가 봅니다.

이 책의 저자, 조원재 작가는 좀 더 친근하게 학문이 아닌 가슴으로 대하는 미술을 소개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방구석 미술관 저자, 조원재 작가

우선 그 방대한 미술의 영역 중 어느 부분을 어떻게 다루었는지 목차를 살펴보았습니다.

미술은 잘 몰라도 어디선가 들어봤을 법한 유명 화가들의 일생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01 죽음 앞에 절규한 에드바르트 뭉크
02 미술계 여성 혁명가 프리다 칼로
03 나풀나풀 발레리나의 화가 에드가 드가
04 전 세계가 사랑한 영혼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
05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그림 <키스>의 구스타프 클림트
06 19금 드로잉의 대가 에곤 실레
07 자연의 삶을 동경했던 풀 고갱
08 그림은 아는데 이름은 모르는 에두아르 마네
09 로맨틱 풍경화의 대명사 클로드 모네
10 사과 하나로 파리를 접수한 폴 세잔
11 20세기가 낳은 천재 화가 파블로 피카소
12 순수한 사랑을 노래한 색채의 마술사 마르크 샤갈
13 최초의 추상미술을 창조한 바실리 칸딘스키
14 현대미술의 신세계를 연 마르셀 뒤샹

방구석 미술관 목차

내용은 주로 서양의 1800년대부터 1900년대 초중반까지 지금 시대에도 대작이라고 불리는 미술 작품이 대거 쏟아져 나온 시대를 다루고 있는데요.

 

화가들의 국적은 프랑스, 멕시코, 러시아, 네덜란드, 오스트리아로 다양했지만 대부분은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활약하고 인정받은 화가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이 시기에는 표현주의, 인상주의, 후기 인상주의, 추상주의 등의 출현으로 미술이 단순히 잘 그렸다가 아닌 저의 편견 속 본격적으로 난해하고 어려워지기 시작한 시대가 아닐까 싶습니다.

방구석 미술관 - 에드바르트 뭉크 인물 소개 (13 페이지)

책장을 넘겨 읽기 시작하니 마치 미술 분야 위인전을 간략하고 위트 있게 풀어놓은 느낌이었는데요.

주변 사람 가십거리를 얘기하듯 흥미를 끌면서 자연스럽게 그 속에서 탄생한 작품들을 쉽게 해설해주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의 인생이 평범한 사람들이 웃어넘길 정도로 가볍게 정의할 수는 없었습니다.

누구나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지만 많은 예술가들이 그러하듯 때로는 내면의 결핍으로, 때로는 대중의 비난에도 절대 타협할 수 없는 고집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첫 시작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으로 시작된 뭉크의 정신세계를 그대로 옮겨놓은 작품 <절규>로 강렬한 인상을 주는데요.

두 번째로 불운의 사고와 남편의 바람기로 몸과 마음 모두 고생한 프리다 칼로 이야기에서는 지금의 막장 드라마 못지않은 흡입력으로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가득했습니다.

이야기 당사자는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싶지만 원래 다른 사람들의 별난 인생이 가장 흥미로운 구경거리 아닙니까?

 

괴상하고 말도 안 되는 그림들이 왜 칭송받는 명화인지 몰랐는데 화가들 개개인의 인생을 훑어보니 숨이 턱턱 막힐 만큼의 고단한 삶에서 자기 속마음을 그대로 털어놓은 자서전을 하나의 그림으로 풀어놓은 느낌이었습니다. 

방구석 미술관 - 에드바르트 뭉크의 대표작 <절규> 이야기 (15페이지)

물론 고단한 삶보다는 독립, 투쟁, 쟁취 같은 단어가 어울리는 구스타프 클림트, 에두아르 마네 같은 인물도 있었습니다.

그들의 그림은 사회를 향한 자신의 목소리를 표현한 것으로 어떻게든 자신만의 새로운 영역을 넓히고자 하는 개척가들이었습니다.

개인사에서는 다른 화가들에 비해 비교적 고단한 삶은 아니었지만 역시나 완벽을 위한 강박과 고집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였습니다.

고집도 10년이 넘으면 개성이 되나 봅니다.

방구석 미술관 - 폴 세잔 이야기 (256페이지)

그 외에도 사회 최하층 사람들의 삶도 보듬을 줄 아는 에드가 드가, 자연을 사랑한 풀 고갱, 승부욕 쩌는 따라쟁이 피카소, 잠수 이별 찌질이 칸딘스키, 천재 괴짜 마르셀 뒤샹 등 요즘 세상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인간상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인생과 그림을 보면서 어른들이 자주 하시는 말씀이 떠올랐는데요.

 

'생긴 대로 논다, 관상은 과학이다.'

 

이야기를 읽다가도 몇번씩 앞장으로 되돌아가 작품을 가만히 보니 마치 화가의 얼굴에 묻어나는 지난 세월의 생각과 흔적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미술 작품을 보면 화가의 인생 이야기는 떠오르는데 정작 그 화가가 어떻게 생겼는지 얼굴 생김새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만큼 평범하고 흔한 삶을 산 사람들은 아니라는 뜻일 겁니다.

방구석 미술관 - 책 뒷면

개인적으로 성인들이 교양으로 읽기에는 참 좋았지만 이제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대작을 만들어 냈다는 교훈보다 작가의 의도와 달리 화가들의 인생 자체에 성, 죽음, 폭력, 자기 학대 등의 적나라한 삶의 케이스들이 많아 내용이 너무 자극적이다고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혼자 남의 집 불구경하듯이 실컷 재밌게 읽었지만...

아이들에게는 권장하지 않겠다는 걸 보면 저도 내로남불, 라떼 꼰대의 유형에서 벗어나지는 못하나 봅니다.

 

어쨌든 미술 왕초보에게 어려운 명화를 쉽고 재밌게 이해하고 접근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는 책이었습니다.

얼마 전 방구석 미술관 2도 나왔다고 하는데 또 어떤 미술 이야기로 채워졌는지 조만간 접해 보고 싶습니다. 

이상 미술 바보의 기초체력을 재밌게 다져주는 책, 방구석 미술관의 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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