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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이야기/독서, 영상 리뷰

조선잡사-생계는 위대하다

by 정이모음 2022.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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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이모음입니다.
작년에 교보문고에 들렸다가 아주 흥미로운 느낌의 제목만을 보고 사두었던 책이 있습니다.

 

 먹고사는 현생이 빡빡하다 보니 쉬는 시간 짬짬이 이제야 읽은 책인데요.

 

현대 못지않게 조선시대에서도 존재했던 다양한 직업들을 다룬

조선잡사('사농'말고 '공상'으로 보는 조선 시대 직업의 모든 것)입니다.

 

조선잡사
('사농'말고 '공상'으로 보는 조선시대 직업의 모든 것)
민음사 출판
- 강문종, 김동건, 장유승, 홍현성 -

조선잡사-민음사

출판사의 책 소개를 살펴보면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조선의 직업을 총망라한 책으로, 젊은 한국학 연구자들이 발굴한 67가지의 다양한 직업에 대한 내용입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선비나 농사꾼이 아니라
생계를 위해 뒷골목, 술집, 국경, 산속, 바닷속까지 오가며 치열한 삶을 살아냈던 조선시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조선잡사] 목차 폐이지 부분

책의 구성은 주제에 따라 나누어집니다.
1부 일하는 여성들
2부 극한 직업
3부 예술의 세계
4부 기술자들
5부 불법과 합법 사이
6부 조선의 전문직

 

정말 책의 콘셉트를 잘 잡았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목차만을 보고도 흥미가 느껴졌습니다.
실제로도 읽기 전까지는 가볍게 재미로만 볼 생각을 했는데요.
읽다 보니 뒤로 갈수록 조선시대 사람들이 삶을 대하는 자세에서 고단하지만 그래도 성실히 제 몫을 하며 살아가는 제각기 여러 모습에 뭔가 제 가슴속에서 묵직함이 느껴졌습니다. 

 

1부 일하는 여성들을 읽기 시작할 때에는 나름 여성들만이 가질 수 있는 역할로 조선시대 대부분의 여자들은 밥벌이를 못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기 시작하였습니다.

지금의 화장품 판매원이나 웨딩플래너, 스드메 결혼 관련 여성 인력들이 조선시대에도 다른 이름으로 있었다는 게 참 흥미로웠는데요. 
의복 대여비도, 화장, 머리손질까지 왜 결혼이라는 명목만 갖다 대면 비용이 비싸지는 건지...

 

그런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사회 모습이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좀 비슷한데? 

 역시 한국이야, 그 조상에 그 후예들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대와 비슷한 점이 많았습니다.

 

당시에도 한양의 집값은 점점 오르기만 하면서 부동산 투기세력과 중개인들의 눈치싸움이 심했고,

아이 교육에도 극성이라 입주 가정교사를 따로 두기도 했습니다.

 

멋에 살고 죽는 민족 아니랄까 봐 남들이 보는 시선과 유행에 민감했고,

그것을 주도하는 자들은 역시나 조선시대판 셀럽들이었습니다.

그들의 행보는 사람들의 관심사였고,

사치와 허영을 쫓는 자,

그리고 그것을 이용한 짝퉁업자들까지도 지금과 다른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조선판 유통업자들과 소상공인, 사업가, 국제무역 등의 내용으로 어느 시대에나 찾아볼 수 있는 직업들을 다루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 시대에는 빠른 연락체계나 교통수단이 지금과 같지 않았기 때문에 달리기가 빨라 서신을 전달하는 자나 상품을 들고 두 다리로 열심히 옮기는 보부상, 역관 등 유통 과정 중의 인물에 대한 직업 소개를 더 집중하였습니다.

 

그리고 남들보다 뛰어난 개인의 능력으로 업을 삼는 사람들도 소개하였는데요.

이런 사람들을 소개할 때는 대단하다는 생각만이 들었습니다.

 

호랑이 사냥 소수정예부대 착호갑사, 조선의 소방수 금화군,

바다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잠녀, 중국도 탐을 내는 붓과 종이를 만드는 장인들,

무기 만드는데 진심이었던 활 제작 기술자들, 악기 전문 연주자들 등..

 

어느 한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들 역시 화이트칼라가 아닌 블루칼라 계열 업종이었기에 직업으로 인한 사람들의 존경을 받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읽을수록 한 가지 생각이 더 들었습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모든 직업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구나...'

우리나라는 왜 기술직종들에 대한 존경심이 낮은 걸까?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활, 백자, 붓, 종이를 만들어도 기술자들이 대우를 받는 것이 아니라 더 심한 착취를 당했다는 내용에는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저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나는 과연 조선시대 사람들만큼 치열하고 성실하게 삶을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핸드폰으로 쏟아지는 세상 모든 정보를 골라보고,
사고 싶은 건 손가락으로 까딱하면 하루 만에 받아 보았고,
매일 삼시 세끼와 커피 한잔의 사치는 당연히 누리며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20살이 넘어 지금까지 그 많은 날들 중 겨우 1인분을 해내는 날에도 불평불만으로 징징댔던 것만 떠올라 조금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가볍게 읽고 말 책이라 생각하여 다 읽고 나면 중고거래로 팔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평등하지 못한 세상 구조에서도 나름 본인의 역할을 찾아내어 억척같이 살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며 경건한 마음이 생겼는지 책장에 소장해 두었다가 한 번씩 꺼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끝으로 저는 이 책을 읽는 내내 한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아주 유명한 스타강사인 김미경 선생님이 하신 말씀인데요.

'일상을 지키는 생계가 가장 위대한 일이다.'  

이상 조선잡사(‘사농’ 말고 ‘공상’으로 보는 조선 시대 직업의 모든 것)의 리를 마치겠습니다.


 

 

조선잡사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조선의 직업을 총망라한 책으로, 젊은 한국학 연구자들이 발굴한 67가지의 직업은 ‘이런 일도 있었다니?’ 하는 놀라움을 절로 불러일으킨다.

www.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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