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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33

[항암일기]첫 항암 치료를 받던 날 2012년 10월 19일. 3년을 넘게 지낸 정든 서울 자취방을 정리했다. 이제 겨우 방 꾸미는 재미를 들여 여러 가지 하고 싶은 게 많았는데 가구, 소품, 가전기기, 잡화들 모두 지인들에게 나눠주었다. 처음 부동산 아저씨와 신발을 신고 둘러봤을 만큼 아무것도 없던 방이었다. 비가 오던 어느 날, 한기가 가득했던 이곳에 힘들게 이사를 하고 바닥 청소를 3번이나 해도 좋았다. 이 빈방을 내가 하나둘 만들어갈 생각에 설렜다. 그리고 정말로 조금씩 돈을 모아 계획대로 하나둘 채워질 때마다 성취감도 느꼈다. 모두 나의 흔적과 온기로 가득한 나의 것이었다. 그러나 그 흔적들은 며칠 만에 하나둘씩 사라졌고 그때마다 내 가슴은 망치로 두들겨 맞은 것 같았다. 다시는 이 생활로 못 돌아올 거라는 생각에 손만 떨며 처음.. 2021. 6. 18.
[항암일기]다시 대형병원 암센터에서 검사를 받으며... 2012년 10월 초. 나는 대구 이경외과에서 했던 조직 검사 결과를 들고 삼성서울병원 암센터로 갔다. 역시 대형병원이라 검사 일정이 체계적이었고 나는 간호사가 알려준 검사 일정을 소화하기 시작했다. 당장 하루 만에 의사를 보고 진료를 시작할 수 있는 게 아니었기에 환자 등록부터 MRI와 CT, PET, 혈액, 초음파 등 온갖 검사를 추가로 더 받아야 했다. 근데 검사보다는 대체로 검사를 대기하는 시간이 더 길었기에 긴장이 풀리고 지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주변을 자연스레 둘러보게 되었다. 내 옆방 검사실에는 소아암으로 힘든 투병을 하면서도 초콜릿이 먹고 싶어 엄마를 조르는 8살짜리 꼬마, 내가 검사실 복도에서 대기할 때 아픔을 참지 못해 의사에게 소리 지르고 짜증 내던 노란 머리 외국인 언니. 내가 잠.. 2021. 6. 17.
[항암일기]유방암 판정을 받은 날, 그 첫 기억 2012년 봄, 내 나이 만 25세였다. 왼쪽 가슴에 딱딱한 돌덩이가 잡혔다. 사실 멍울이 만져진 것은 6개월도 훌쩍 넘었다. 아무리 잠을 자고 쉬어도 몸은 항상 피곤했고, 늘 몸살과 감기를 달고 살았다. 살이 10kg 가까이 쪘고, 매일 아침 세수를 할 때마다 코피가 펑펑 났다. 어찌나 피가 많이 나는지 세수할 때마다 세면대와 얼굴 전체가 피범벅이었다. 한 번씩 찾아오는 멍울의 통증은 엄청난 고통이었고,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혹시 이게 유방암인가 싶어서 혼자 인터넷을 뒤져가며 자가 진단도 했다. 수많은 증상들이 겹쳤고 직감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도 병원을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병원에서 정말로 유방암 판정을 받음과 동시에 20대에 암 환자라는 낙인이 너무나도 두려웠고, 주변 또래들과 치열하게 경쟁하.. 2021.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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