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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이야기/가야금

가야금을 배운 지 한 달 반, 나의 진도(6회 레슨까지)

by 정이모음 2021.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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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금을 배운 지 한 달 반이 지났다.

대구국악학원에서 벌써 7회 레슨을 받았고 학원 내에서 다른 분들과 얼굴을 익히며 조금씩 친해졌다.

다들 취미반이라 그런지 진도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지만 그래도 기왕 하는 거 다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스스로 연습을 즐기는 분위기이다.

 

나도 처음에는 가야금 줄 위에 손가락 올려놓는 것도 어색했다.

게다가 빳빳한 줄은 잘못 손대면 끊어질까 봐 얼마나 조마조마했는데 이제는 손가락이 겁을 상실했다.

손가락에 줄이 닿는 대로 사정없이 가서 뜯어가며 연습을 즐기고 있다.

이제는 무릎 위에 가야금을 올리는 것이 익숙해졌다.

(그냥 무릎 위에 올리는 것만이라고 했다....)

집에서 연습할 때 내가 쓰는 가야금

한 달이 지나서 내 생각과 달리 재미없고 지루하면 어쩌나 했는데 그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연습을 안 하면 모를까 한번 가야금을 무릎에 얹으면 30분만 연습하자고 마음먹어도 하다 보면 어느새 '5분만 더!'를 외치는 나를 발견한다.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마치 게임처럼 한 번 시작하면 이상하게 계속하게 되는 묘한 중독성이 있다.

다만 다리가 좀 많이 저릴 뿐...


1~2주 차 오른손 검지로 뜯기

첫 시작은 역시나 가야금의 명칭들을 배우고 음계를 익히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줄이 12개가 있다는 것과 몇 개 되지 않는 명칭들 뿐이라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자세를 잡아 음계마다 줄을 뜯는 것 또한 지난번에 첫 수업 아래의 포스팅에 언급하였으므로 간단하게 넘어가려 한다.

https://kwon1230.tistory.com/85

 

가야금을 배우기 시작했다.(feat.대구국악학원)

대만에서 7년을 살았다. 해외에 살면 애국자 된다더니 나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 음식을 집에서 해 먹고, 한국 영화만 영화관에서 보고, 괜히 한국 소식에 더 예민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오게

kwon1230.tistory.com

1주 차에는 손으로 주법을 익히기보다는 눈으로 줄 위치 따라가기 바쁘고 손가락으로 꿈틀거리는 나쁜 습관이 있었다.

손에 힘도 많이 들어가서 소리는 소리대로 고르지 않고 오른손 둘째 손가락이 후끈후끈한 게 칼에 쓸린 것처럼 아팠다.

선생님은 손가락에 물집이 잡힐 수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연습할 때마다 차가운 커피를 옆에 두고 손가락이 빨갛게 뜨거워질 때마다 얼른 열을 식혀가며 적응했다.

다행히 내 손가락은 약간의 쓸리는 듯한 통증은 있었어도 물집은 잡히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예전에 기타를 배울 때도 그랬던 기억이 난다.

아무래도 동서양 불문하고 현악기를 배우려면 처음 손가락의 수난은 으레 거쳐야 할 과정인 듯하다. 


2주 차에는 그래도 손가락이 잘 적응해 가면서 소리도 1주 차에 비해서 튀지 않았다.

힘도 좀 풀리긴 했지만 피아노 치는 습관 때문에 힘 뺄 때 팔꿈치를 들려는 버릇이 종종 나왔다.

음계를 뜯을 때 눈으로 확인한 후 뜯는 것보다 손의 감각으로 음계를 찾아가는데 더 연습을 했다.

뜯기 주법 - 나의 손 모양

뜯기 주법을 익히면서 교재 가장 처음에 나오는 봄나들이, 학교종, 짝짜꿍 동요를 적용하였다.

처음에는 무슨 노래인지 알 수 없는 소음의 연속이었는데 2주 차가 되니까 내가 들어도 무슨 노래인지는 알게 됐다.

연습할 때는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너무나 신기하게도 1주 때 근심거리가 2주에 와서 안정적으로 변하는 게 느껴졌다.

 

3주 차 왼손 얹기

3주 차에서 12줄을 안 보고 원하는 음계를 뜯으면서 음계에 맞게 왼손이 따라가야 했다.

오른손을 좀 더 안정화시키면서 왼손도 슬슬 합류하는 연습이다.

 

왼손 2, 3번 손가락으로는 줄 누를 자세를 잡는다.

손목은 힘을 풀고 부드럽게 움직이되 손끝으로 까딱까딱하지 않는다.

 

선생님이 시범을 보여주실 때는 엄청 쉬워 보였는데 나는 팔에 깁스를 했는지 관절의 뻑뻑거림이 너무나도 잘 보였다.

나는 창피했지만 조금 과장스럽게 따라 해 봤는데 너무 어색해서 웃음만 나왔다.

근데 하다 보니 이것도 연습이라고 점점 뻔뻔한 표정으로 왼손을 나풀거리며 얹기 연습을 했다.

줄에 왼손 얹기

문제는 두 손을 따로 할 때는 그래도 나름 잘 따라 하는 듯했는데 오른손을 뜯으며 왼손이 나풀거리려니 자꾸 엉뚱한 음을 짚었다.

원래 피아노도 오른손 따로, 왼손 따로는 쉽지만 두 손 같이 가 어렵더라..

 

4~5주 차 오른손 튕기기

드디어 오른손 검지로 뜯기를 지나 다른 방법으로 가야금 소리 내는 법을 배웠다.

오른손 검지로 뜯었던 음을 튕기는 것이다.

역시나 선생님께서는 시범을 보여주셨고 나는 그 보답으로 같은 동작 다른 느낌의 튕김으로 보여주었다.

처음 배우는 자세는 왜 늘 어색할까?

소리가 안나기도 하고, 여러 줄이 같이 튕겨지기도 하고, 엉뚱한 음이 튕겨지기도 하고..

 

튕기기를 하기도 바쁜데 왼손 얹기도 함께 하려니 내 몸뚱이가 잘 못 따라갔다.

그리고 중간에 코로나 백신 접종으로 몸이 너무 힘들기에 4주 차에는 연습을 연속으로 3일 동안 못했다.

교재는 어느새 봄나들이, 학교종에서 다음 장에 있는 태극기, 송아지, 무궁화 동요들로 바뀌었다.

그러나 연습부족과 몸 컨디션이 안 좋아 튕기기는 5주 차까지 연습을 계속하였다.

 

6주 차 왼손 누르기

6주 차 레슨에서는 손으로 줄을 눌어 가야금에 없는 '도'와 파'의 음을 만들어 연주하는 방법을 배웠다.

줄을 눌러서 소리를 내는 것은 현악기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직접 해보니 음 만들 때 손 위치나 강도가 약간만 달라져도 소리가 달라질 정도로 굉장히 민감했다.

선생님은 역시나 멋진 시범을 보여주며 설명해주셨고 나는 뭐 말해 뭐해....

그래도 벌써 악보 교재의 한 페이지 반이 나가 나비야를 하게 되었다.

 

이렇게 6주 차까지 왼손 눌러 음 만들기 주법을 배웠다.

끝난 게 아니라 쌓아서 종합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라 계속 반복연습을 하지만 하루에 고작 30분~1시간 정도의 연습량이라 그런가 아직까지도 집중을 안 하면 미스가 많이 나긴 한다.

 

그리고 얼마 전까지는 오른쪽 검지 손가락이 좀 얼얼한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약간의 굳은살이 생겼다.

선생님께 여쭤보니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자연스럽게 굳은살이 없어지면서 다시 부드러운 살로 돌아온다고 했다.


어제는 7주 차오른손 세 번째 손가락까지 이용하는 주법을 배웠다.

점점 어려워지는 게 열심히 복습을 안 하면 못 따라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가야금 참 재밌다. 더 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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