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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유방암 투병기

내가 생각하는 암환자에게 실용적인 선물

by 정이모음 2022.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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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이모음입니다.

저는 얼마 전 친구에게서 핸드크림과 립밤 세트를 선물 받았습니다.
그리고는 핸드크림 튜브가 말라비틀어질 때까지 요긴하게 잘 썼는데요.
새로 핸드크림을 주문하면서 제가 항암치료를 할 때도 꾸준히 받았던 선물이 화장품이라는 게 떠올랐습니다.

제 블로그를 찾아오시는 분들 중에서도 '암환자 선물 추천' 키워드로 오시는 분들이 꾸준히 계시기에 오늘은 제가 생각하는 암환자에게 실용적인 선물을 얘기해 보려 합니다.

친구가 선물해 준 핸드크림&립밤 세트

 


첫 번째로 꾸준히 좋았던 실용적인 선물은 보습, 미백 관련 화장품입니다.

저는 아프기 전부터 화장은커녕 스킨, 로션도 아무거나 손에 잡히면 막 쓰던 얼굴이었습니다.
어머니가 좋은 화장품을 챙겨주셨지만 아무래도 나이가 젊었고, 좋은 화장품을 써야 할 필요성까지는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항암치료를 시작하면서 피부가 점점 탄력 잃고 거무죽죽 해진 환자 외모가 되어 거울을 보기 싫을 만큼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때부터 열심히 보습 크림을 찾아 바르는 습관이 생겼는데요.

속이 아픈 것도 힘들지만 겉으로 가장 먼저 보이는 피부가 무너지는 걸 보면서 당장에 항암 치료를 버틸 의지도 한풀 꺾이고 자존감까지 내려가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겉모습은 참 중요합니다.
굳이 예뻐야 할 필요는 없지만 긍정적이고 깔끔한 이미지로 마음자세까지 바꾸게 되니까요.
하물며 매일 아침 먹을 사과를 살 때도 흠집 없고 예쁜 애들만 고르는데...
아파 죽겠는데도 때깔 좋고 깔끔한 나의 외관은 지키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인가 봅니다.

상대의 취향을 안다면 립스틱 같은 색조화장품도 괜찮겠지만 대부분은 가벼운 선물로 핸드크림, 수분크림, 재생 로션, 미백 케어, 립 케어, 바디로션, 영양크림 등을 추천하는 편입니다.



두 번째로 좋았던 선물은 보온용품이었습니다.
암환자들은 면역이 수직 급하강으로 약하기 때문에 몸을 따뜻하게 해줘야 합니다.

보온용품이 계절을 타는 게 아닌가 싶지만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일반인들에 비해 수시로 추위를 타고, 몸에서 땀이 났다가도 갑자기 열이 펄펄 나기도 합니다.
나름 관리를 위해 열심히 걷기도 하고, 어제와 같이 좋은 음식만 먹어도 암환자는 도무지 좀 잡을 수 없는 몸 상태가 되어 버리니까요.

봄, 가을, 겨울에는 추위를 많이 타게 돼서 당연히 더 껴입게 됩니다.
특히 한겨울에는 비니 모자를 2겹으로 쓰고, 내복에 외투를 2겹이나 껴입고도 손난로와 따뜻한 음료를 찾게 됩니다.
더운 여름에는 보온용품이 필요 없을 것 같지만 막상 병실이나 실내 생활이 더 잦은 환자들은 에어컨을 쐬면 이상하게도 몸을 덮어줄 무언가를 찾게 됩니다.

그래서 텀블러, 무릎담요는 계절에 상관없이 좋은 선물이고, 날씨가 추워지면 수면양말, 휴대용 손난로, 모자&장갑, 머플러 등을 추천합니다.



세 번째로 좋았던 선물은 카페 쿠폰이었습니다.
이제는 너무나 평범하게 자리 잡은 좋은 선물인데요.

암환자들이 식단 조절에 이것저것 가리는 것이 많아 조심스러워 하긴 합니다.
그러나 다이어트를 할 때도 치팅데이가 있듯이 항암 중 식단 조절을 하다가도 인스턴트 음식, 디저트들이 먹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그럴 때에는 통밀이나 두부로 엇비슷한 음식들을 만들어 먹기도 하지만 가끔은 분위기 좋은 곳에서 기분 전환하고 싶을 때에는 역시나 카페 나들이가 제일 만만합니다.
단순히 커피를 마신다는 의미보다는 답답한 투병 공간에서 잠시 벗어난다는 기분에 더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항암치료 중에도 매일 하루 한잔씩 더치커피에 우유를 섞어 마시거나 라떼를 사 먹었기 때문에 커피 쿠폰 선물이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쿠폰 한 장을 선물 받을 때면 그걸 핑계 삼아 카페에서 책을 읽기도 하고, 엄마와 시간을 보내기도 했는데요.
덕분에 따분한 환자 생활에 소소한 활력소가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커피 쿠폰은 투병 생활로 모든 것이 귀찮고 힘들어 지칠 때마다 생활 속에서 짬짬이 재생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주는 정말 감사한 선물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제철 과일, 꽃, 책, 소품 가방 등 좋은 선물들이 많았지만 상황에 따라 병의 정도나 개인 취향에 민감한 선물이라 호불호가 갈릴 때가 많았습니다.

그와 반대로 암환자에게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선물은 영양 관련 음식입니다.
영양제, 보양음식, 건강식품 등은 병원에서 의사의 동의가 없이는 함부로 먹을 수 없습니다.
마음은 고맙지만 환자의 몸에 직접적으로 치명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먹거리 관련 선물은 조심하셔야 합니다.

이상 한 때 암환자였던 저의 주관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적어 본 암환자에게 좋은 실용적인 선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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