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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유방암 투병기

삼성서울병원 유방암센터를 졸업하던 날(회송센터 상담)

by 정이모음 2023.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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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1월이 되었습니다.
저는 2012년 10월 만 25세에 유방암 진단을 받고 항암 치료, 수술, 방사선 치료를 받았어요.
다행히도 항암제가 잘 맞아서 3년 정도의 짧은 투병생활을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하여 지금까지 재발 없이 잘 지내고 있는데요.
 
저는 작년 2022년 11월 2일 정기검진 주치의 면담을 마지막으로 10년간 다니던 삼성서울병원 유방암센터를  졸업하였습니다.

오늘이 딱 1년이 된 날인데요.

암 진단 후 건강하게 맞이한 10주년에 삼성서울병원에서 회송상담을 받았던 일을 써보려 합니다.


저는 대구에 살고 있어서 삼성서울병원 진료를 갈 때마다 매번 새벽기차를 타야 했어요.

지방에 사는 환자들은 다들 비슷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저는 이제 건강하게 생활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진료 때 의사가 '아무 이상 없습니다.'라는 말을 하기 전까지는 삼성서울병원을 올 때마다 늘 긴장이 됩니다. 

 

이날은 제거 너무 일찍 서둘러 온 건지 수납 카운터에 직원도 출근을 안 했더라고요.

그래도 병원을 오면 제가 가장 먼저 해야 되는 일은 키오스크에서 진료비를 정산하는 거였어요.

그래야 내가 어디로 움직여야 하는지 안내 종이 발급과 함께 자동으로 진료 예약대기가 잡히거든요.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1층

저는 이 날, 주치의 면담을 하는 날이었어요.

암 진단 후 투병생활을 마치고 문제없이 5년 차가 되면 중증환자가 아닌 추적 관찰, 후속 관리 대상이 되기 때문에 삼성서울병원에서는 각 센터가 아닌 암치유센터라는 곳에서 진료를 하는 데요.

 

저도 5년이 지난 지 꽤 됐기 때문에 2층 유방암센터가 아닌 1층 암치유센터에서 진료를 했어요.

이 날 안타깝게도 저의 진짜 주치의 선생님은 미국 연수로 인해 뵐 수 없었고, 다른 의사 분이 계셨어요.

암 진단 후 건강하게 5년차가 되면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1층 암치유센터 진료를 한다.

검사 결과, 저는 아주 건강했는데 당뇨, 고혈압 수치는 걱정할 것도 없고, 또래 평균치보다 훨씬 좋게 나왔어요.

저는 매년 이 얘기를 들으려고 열심히 과일 먹고, 술담배 안 하고, 밤마다 뛰면서 관리하였나 봅니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은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이어서 하셨어요.

 

"이제 여기 더 이상 오지 않아도 됩니다. 축하합니다."

 

솔직히 매년 오다 보니 암 진단받고 10년이 된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요.

검진 결과가 좋게 마무리되어 이 날이 저의 삼성서울병원 진료 마지막 날이었어요.

 

저는 얼떨떨하게 감사 인사를 하고 나왔는데 간호사 선생님도 저에게 종이 하나를 주시면서 축하 인사를 해주었어요.

 

"축하합니다. 오늘 암병원 졸업하셨어요.

 이 종이에 적힌 SMC 파트너즈 센터에 가셔서 나머지 졸업식 수료 다 하고 가세요.."

좋은 말 들었는데 나 왜 떨리는 거죠?

진료 후 회송 상담 받으러 가는 길

저는 간호사가 알려준 대로 SMC 파트너즈 센터로 갔어요.

여기에서는 암병원 졸업식 수료라고 하는 회송상담을 하더라고요.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2층 SMC 파트너즈 센터

회송상담은 거주지 근처 병원에서 진료받을 수 있게 연계해 주는 시스템인데요.

상태가 호전되어 추적 관찰이 필요한 사람이나 연고지에서 가까운 곳으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대상자입니다.

회송은 지방 환자들만 하는 게 아니라 서울 수도권 환자들도 거주 지역 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데요.

저는 대구에 살다 보니 상담원 직원은 대구 내 유방암 검사를 진행하는 몇 군데의 병원을 추천해 주셨어요.

 

근데 이 병원은 이런 검사가 있고 이 병원은 없지만 집에서 가깝다는 둥 지방 병원의 장단점까지 꿰뚫고 있어서 상담원들의 노련미와 짬밥이 느껴졌어요.

저는 한참 고민을 하다가 처음 유방암 진단을 받았던 대구 이경내과를 선택했어요.

원장님이 굉장히 살갑게 대해주기도 하셨고, 대구 3호선 지상철 한방이면 도착해서 교통도 편리하거든요.

이제 새벽 기차 탈 일이 없어서 참 좋습니다.

저는 회송 상담을 마치고 대구 이경외과에 갖다줄 진료 기록들을 받으러 의무기록 복사창구에 갔어요.

여기서 시간이 거의 20분 정도 걸려서 의무기록 서류를 받는데 비용이 만 원이 나왔어요.

 

처음에 대구 이경외과에서 암 진단받은 의무기록을 여기에 제출한 지 10년 만에 다시 되돌아가는군요.

의무기록 를 받은 후 수납 창구에서 최종 정산 확인을 하고 드디어 졸업식 수료증을 받았습니다.

요양급여회송서를 받아 들고 삼성서울병원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쳤어요.

이제 더 이상 삼성서울병원은 올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졸업식 수료증


삼성서울병원 졸업했다고 가족들과 통화하며 기뻐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되었네요.

저는 개인 사정상 일정이 조금 미뤄져서 12월 초에 유방암 검사를 받을 예정이에요.

 

저는 다시 내일을 기대하며 살게 되었지만...

요즘 제 주변에 암 진단을 받고 힘들어하는 분들이 자꾸 생겨나서 울컥할 때가 많네요.

해줄 수 있는 건 기도뿐이지만 그분들의 쾌차를 기원하면서 저도 더 밝고 건강하게 살아내겠습니다.

 

지금까지 저의 유방암 졸업식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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