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강/유방암 투병기

삼성서울병원에서 유방암 재진 검사 받은 날

by 정이모음 2021. 9. 27.
728x90
2021년 9월 13일 월요일 유방암 정기검사
(채혈, 유방 촬영, 유방 초음파, 흉부 X-ray, 상복부 초음파 등)

 

나는 2012년 만25살에 삼성서울병원에서 유방암 항암치료와 수술을 받았다.
유방암 완치 판정을 받은 후에도 매년 재진검사를 진행했다.

 

이번에는 추석을 가운데 두고 서울삼성병원에 정기 검진을 다녀왔다.
코로나 때문에 검진 예약을 한 번 미룬다는 것이 대기 순서가 많아 2년 만에 방문했다.

매년 해야 되는 검사이지만 매년 힘들고 하기 싫은 과정이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아침 8시 30분부터 검사가 예약되어 있었다.

컴컴한 어둠 속에 4시 30분 기상이 어찌나 피곤한지 졸면서 동대구역으로 향했다.

 

아침 5시 48분 출발 SRT를 타고 수서역에 도착하니 7시 34분이었다.

대구에서 서울 업무를 보려면 최소 4시간 전에는 움직여야 한다니..

 

그래도 SRT가 없던 시절 서울역까지 KTX를 타고 다닐 때보다 많이 좋아졌다.

그때는 최소 5시간 30분 전에 움직였는데 수서역에 SRT가 생긴 후부터는 병원과 가까운 거리와 전용 셔틀버스 직행으로 많이 편리해졌다.

 

수서역 3번 출구에 나와보니 어느새 날이 밝았고 셔틀버스에 줄을 서는 사람들도 많았다.

수서 고속철도역 3번 출구 삼성서울병원 셔틀버스 정류장

코로나라서 버스 기사님이 탑승 전에 열 체크도 하지만 버스 안은 거리두기를 할 수가 없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아픈 사람들은 왜 이리 많은지 늘 셔틀버스 이용자는 늘 많다.

 

[삼성서울병원 셔틀버스 정보]

 

삼성서울병원 셔틀버스(feat. 수서역, 일원역)

삼성서울병원은 서울 강남 일원동에 위치하고 있다. 내가 치료를 받아본 입장에서 의료 기술도 서비스도 우리나라 탑 클래스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큰 병 걸린 지방 사람들도 몰리는 게 당연한

kwon1230.tistory.com

 

버스는 15분도 걸리지 않아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정문에 도착했다.

모든 사람들은 방문 전 병원에서 물어보는 몇 가지 질문에 대답 후 QR 출입증을 발급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

환자들은 병원을 예약하면 방문 하루 전에 카톡으로 미리 연락이 와서 QR 출입증을 받을 수 있다.

보호자들의 경우에는 QR 출입증 입구 현장에서 바로 발급받을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정문 앞(Gate 6)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입구 QR 출입증이 있어야 입장 가능

너무 오랜만이라 우왕좌왕할 줄 알았는데 역시 몸의 기억은 무서울 정도로 정확했다.

도착하자마자 1층 수납 카운터에서 돈부터 내고 아무 생각 없이 본능적으로 채혈실로 향했다.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1층 수납 카운터
삼성서울병원 채혈실 내부

이날 진행한 검사는 모두 금식이 필요했기에 물 한 모금 안 먹고 움직여야 했다.

그랬더니 마스크 안에서 입이 바짝바짝 말라 얼마나 물이 고프던지...

첫 번째 채혈실에서부터 이미 녹초가 되어버려서 다음에 어디로 가야 하는지 생각도 안 하고 멍하게 있다가 2층 유방센터로 향했다.

너무 오래 멍하게 있었더니 내가 1층에서 흉부촬영과 상복부 초음파를 먼저 해야 한다는 걸 까먹고 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근데 환자들이 헷갈리고 깜빡하며 이런 경우들이 많은지 유방센터 담당 간호사 선생님들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상복부 초음파실에 전화하여 유방촬영과 유방 초음파를 먼저 한 후에 보내겠다고 했다.

나는 내 죄를 잘 알아서 조용히 검사 가운으로 갈아입고 대기했다. 

 

근데 나는 유방 촬영술이 너무 싫다.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싫다.

한쪽 가슴당 위아래로, 옆으로 비스듬히 2번씩 총 4번 찍는데 너무나도 아프다.

 

겨드랑이와 온갖 내 피부를 다 당기고 없는 영혼까지 끌어모아 눌러 찍는데 정말 싫다.

누가 내 가슴을 잡아 쥐어뜯는 기분이라 상당히 아프고 불쾌한데 검사랍시고 매년 해야 한다.

 

놀라운 건 이걸 남자들도 있는 힘껏 유방 조직과 살을 잡아당겨 마취도 없이 힘껏 눌러 찍는다고 한다.

유방촬영술 (senoclinic 홈페이지 샘플 발췌)

이 유방 촬영술을 마치고 나서 정신줄 놓고 대기의자에 앉아 있으니 유방 초음파를 하라고 불렀다.

 

유방 초음파 역시 내가 상당히 싫어하는 검사이다.

젤을 바르고 롤러를 밀어서 검사를 하는 건데도 검사관에 따라 아프기도 하다.

특히 암수술 부위를 다른 부위들처럼 막 문질러대면 너무 아프다.

 

근데 이 날은 운이 좋아서 롤러를 문지를 때 내 반응도 살피면서 신경 써서 해주는 분이 검사관이었다.

가슴에 끈적거리는 젤을 닦아가며 가장 싫어하는 검사 두 가지를 겨우 끝내니 오전 10시가 다 되어 갔다.

 

온몸이 기진맥진인 채로 나는 검사 가운을 그대로 입고 1층 흉부 X-ray를 찍었다.

흉부 X-ray 검사실 앞

여기는 그냥 기계를 껴안듯이 잡고 서면 검사관이 기계로 촬영을 하는 곳인데 15초도 걸리지 않는다.

간단하게 끝내고 바로 옆편의 상복부 초음파 검사실로 향했다. 

상복부 초음파는 남자 검사관이 진행을 했다.

근데 생각해 보니 유방 초음파는 지금까지 남자 검사관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워낙 여자 환자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보니 유방 초음파는 여자 검사관만 있었다.

상복부 초음파는 배 부분만 하는 거라 그런가 늘 남자 검사관만 만났다.

 

이 초음파는 아무리 누르고 문질러도 아프지 않아서 별로 거부감도 없었다.

10분 정도 시간이 지나 상복부 초음파를 마치고 탈의실에서 겨우 검사 가운을 벗어던졌다.

이상하게 검사 가운만 입으면 환자 같아 보이는 건 나의 기분 탓일까?

 

모든 검사를 마치고 나는 얼른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1층에는 식당, 편의점, 카페, 은행 ATM 같은 편의 시설이 있다.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지하1층 - 은행 ATM, 편의점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지하1층 - 푸드코트, 한식 음식점, 베이커리 카페

예전에는 푸드코트 왼쪽에 소품이나 책 같은 걸 파는 선물가게도 있었는데 식당을 좀 더 넓히면서 없어져 버렸다.

딱히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너무 배가 고프니 어슬렁거리다가 결국 편의점에 들어섰다.

 

근데 너무 몸이 힘들었을까..

갑자기 공황상태가 온 것처럼 예전 항암치료 때 느낌이 훅 올라오면서 토할 것 같아 편의점을 뛰쳐나왔다.

항암 때 편의점에 가면 늘 했던 생각이 있다.

 

'먹을 수 있는 게 없다.'

 

편의점에 과자, 빵, 음료가 종류별로 있는데 정작 인스턴트, 정크푸드, 과당 음료, 알코올, 설탕 범벅, 트랜스 지방 음식들 뿐이라 아예 선택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때 같은 병동 암환자들끼리 편의점에서 사 먹을 것도 없고, 손이 안 간다고 수다를 떨었던 기억이 뒤죽박죽 뒤엉켜 떠올랐다.

 

물론 한 번쯤은 먹어도 상관이 없지만 면역이 워낙 떨어져 있고 예민한 상태에서 먹어봤자 다 토해낼 뿐이었다.

왜 그때의 감정이 올라왔는지 모르겠다.

결국 5분 정도 벽을 잡고 서있다가 편의점 맞은편 베이커리 카페에서 따뜻한 라떼 한잔만 샀다.

 

손도 떨리고 뭘 먹을 수가 없어서 천천히 라떼를 마시며 진정을 시켰다. 

알코올 냄새 가득한 병원이 정말 싫다.

나는 라떼를 다 마시고 거의 도망가다시피 병원을 나왔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