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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유방암 투병기

유방암 항암 치료 중 나의 생리 주기

by 정이모음 2021.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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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병원에서 유방암 항암치료를 들어가기 전 수간호사로부터 앞으로 일어날 내 몸의 변화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밥을 쉽게 못 먹고,
구토를 하고,
설사나 변비가 올 수도 있고,
움직임이 쉽지 않고,
머리가 빠지고,
면역이 약해지고..

여러 가지의 안내를 받는데 그중 여성 암환자들이 받는 안내는 한 가지가 더 있었다.
특히 가임기 여성에게 중요한 임신과 생리에 대해 간략하게 안내를 해준다.

항암치료가 시작되면 생리가 끊길 수도 있어요.
매달 적은 양이라도 매달 규칙적으로 생리를 하는 것이 가장 좋고 그런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이건 사람마다 개인차가 아주 큽니다.
생리불순일 수도 있고, 항암치료 기간에만 생리를 하지 않는 사람도 있어요.
그렇다고 임신이 불가능하다는 말이 절대 아닙니다.

정말 간략하다.
더 이상의 정보는 없었고 2012년 당시 항암 치료 중 생리에 관련된 자료는 많지 않았다.
그래서 그때 나의 경험을 적어보려 한다.

* 이 경험담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하였으며 수많은 사례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항암 치료 전의 생리

나는 왼쪽 가슴에 딱딱한 4.5cm의 돌덩이가 만져질 때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항암치료 전에는 딱히 생리 주기의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
어쩌다 며칠의 오차가 있긴 했지만 대부분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5일 동안 생리를 했다.

생리 양과 색깔에 있어서 딱히 문제가 될 것 없이 평범했다.
생리통은 전 날 피로함과 첫째 날만 아랫배와 골반으로 이어지는 허리가 많이 아팠다.
먹는 것에도 둔감했기에 생리통이 있든 없든 차가운 음료를 입에 달고 살았는데 이것도 생리통에 큰 기여를 했다.

그리고 가슴도 커지고 딱딱해지는 등 주기에 맞춰 변화가 아주 정상이었다.
왼쪽 가슴 유두에서 피가 섞인 진물은 생리 주기와 관련 없이 나오긴 했다.
다만 가슴이 딱딱해지고 커지는 주기에는 유독 칼로 찌르는 듯한 몽우리의 통증이 더 자주 찾아왔다.

항암 치료 시작 후

나는 너무나 운이 좋게도 항암 치료를 시작하고도 매달 주기적으로 끊임없이 생리를 한 케이스이다.
주치의 선생님도 생리가 끊김 없이 주기적으로 하는데에 오히려 다행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건강한 생리혈 색깔과 보통의 양이 나왔지만 항암치료 두 번째 주기부터는 양이 많이 줄었고 갈색의 어두운 색으로 변했다.
생각해보니 건강한 피 색깔이 나왔다면 그건 생리가 아닌 출혈을 의심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할 것 같기도 하다.
항암을 시작하고 생리 양도 많이 줄면서 5일이라는 기간이 3일로 급격히 짧아졌다.

그러나 생리통과 가슴 몽우리 통증은 없어지지 않았다.
생리 첫째 날 골반통과 아랫배 통증은 그대로였는데 몸이 힘들어서 그런가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오한이 함께 왔다.
특히나 뭘 먹고 소화시키기가 힘들어 약간의 헛구역질이나 구토를 하기도 했다.
생리 양과 기간은 줄었는데 왜 생리통은 더 강렬해졌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그래도 매번 주기적으로 생리를 할 수 있다는데 위안을 삼았다.

실제로 항암치료 중 임신을 한 케이스는 주변에 없었지만 유방암 치료 중 생리가 끊긴 경우는 많았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90% 이상이 생리가 중단된다고 했다.
그 이유는 워낙 항암제 성분이 독해서 난소 기능을 현저하게 떨어뜨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항암 중 생리 기간은 너무 고통스러웠지만 호르몬 균형과 관련하여 생리를 안 한다는 것이 오히려 몸에 더 문제가 크다고 하니 그냥 참고 지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사실 생리통으로 너무 아파 못 견디고 주치의 선생님과 상의도 없이 시중에 파는 생리통 약을 먹은 적이 있었다.
역시나 약은 의사에게 물어보고 먹어야 한다.
나는 그날 하루 종일 덜덜 떨면서 온몸에 열이 났다.
식은땀이 나고 밥도 못 먹다가 결국 내 위장 속에 있는 것 없는 것을 모두 다 토해내고 나서야 안정이 됐다.
너무 호되게 당해서 그 이후로는 '두통, 치통, 생리통'이라고 광고하는 그 약을 지금까지도 쳐다보지 못하고 있다.

생리대의 경우 탐폰이나 피임약은 쳐다도 보지 않았다.
면 생리대가 생리통에 좋다고 하여 인터넷에서 몇 개 주문하여 쓰다가 너무 불편하여 쓰지 못했다.
치료 기간이 길어질수록 생리 양이 적어지고 있었기에 생리대 대형은 필요하지 않았고, 소형과 중형만 이용하였다.

항암제 투여 기간과 외과 수술이 다 끝나고 방사선 치료 때에도 꾸준히 생리는 이어졌다.
수술을 하고 난 후라 그런지 왼쪽 가슴의 찌를 듯한 통증의 강도와 횟수는 눈에 띄게 줄었다.
그렇다고 아예 없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통증에 대한 부담이 현저히 낮아졌다.

모든 치료가 끝난 후

정말로 나는 운이 좋게도 모든 치료를 지나 방사선 치료가 끝난 후 2달이 지나 원래 생리 기간이었던 5일로 돌아왔다.
기간은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생리 양은 예전 같지 않았다.
치료 후 1년이 지나 때 까지도 생리대 대형보다는 소형, 중형을 주로 사용하였다.
생리혈 색깔의 경우도 선홍색이나 붉은색보다는 어두운 갈색이 주였다.

근데 1년 반이 지날 때였나?
몸에 힘도 좀 붙으면서 건강한 생리혈 색깔과 양이 점점 많아지면서 원래의 양으로 돌아왔다.
잘 때는 대형 생리대가 필수였고, 낮에는 주로 중형을 이용해야 할 만큼 생리대 이용 패턴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치료 이후 생리통은 여전히 전 날 피로감과 첫째 날 통증이 있긴 하다.
그렇지만 치료를 하면서 서서히 바뀐 식습관과 수면 패턴으로 가끔은 약간의 피로만 있고 생리통이 거의 없이 지나가는 경우도 생겼을 만큼 많이 호전되었다.

현재는 딱히 관찰이나 관리라고 할 것 없이 산부인과에 1년에 1회씩 주기적으로 자궁 검사를 받는다.
이번에는 코로나로 해외에 발이 묶여 2년 동안 검사를 받지 못했지만 별다른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생리와 상관없이 수술한 왼쪽 가슴 부위에는 5년이 지나도 어쩌다 가끔은 찌릿한 통증이 왔지만 예전 같은 칼로 찍어대는 듯한 통증은 아예 없다.
하지만 생리 주기를 따라 가슴이 딱딱해지거나 커지는 변화는 오른쪽에 비하면 많이 약한 편이다.
그러다 보니 왼쪽 겨드랑이 림프절과 수술 부위를 중심으로 부드럽게 자주 마사지를 해주고 있다.

생리 기간에 차가운 것을 포기한 대신 달달이를 입에 달고 살게 됐다.

# 에필로그

유방암 항암 치료를 겪으며 나의 사례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 부분에서 만큼은 정말 운이 좋았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주변에 다른 여성 환우들의 경우 항암 치료 시작 후 꽤 높은 확률로 생리 중단이나 조기 폐경이 대부분이었다.

설사 나처럼 주기적으로 한다한들 생리 양이 줄어든 채 몇 년이 지나도 변함이 없어서 고민인 경우도 있었다.
그저 모두가 치료를 모두 끝낸 후 생리 주기를 포함한 신체의 모든 패턴들이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며 인내할 뿐이다.

그래서 요즘 젊은 가임기 여성의 경우 이런 생리 불순이나 불임에 대비하기 위해 항암 치료 전에 난소를 따로 냉동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당장 치료가 시급한 병 앞에서 냉동 난소의 일정까지 소화하며 항암 치료 일정을 조절하기란 여간 힘든 게 문제지만 훗날 임신을 고려하는 가임기 여성 환우에게는 그나마 최선의 선택인 건 확실하다.

아무튼 결론은..
항암 치료 중 대부분은 생리가 정상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가임기든 갱년기든 모든 여성 환우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산부인과에서 정기적으로 자궁 검사를 받아 계속 관찰하고 관리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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