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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나만의 일상

집에서 흰 운동화 빠는 날

by 정이모음 2022.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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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여기저기 때가 탄 흰 운동화를 빨았습니다.

 

예전에 크린토ㅇ아에 5천 원을 주고 운동화 세탁을 맡겼지만 물에만 담갔다가 말린 건지 영 시원찮았기에 귀찮지만 이번에는 집에서 직접 일을 벌였습니다.

운동화를 빨고 말리기까지 이틀 정도가 걸렸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어느 유튜브 영상을 보고 따라한 '집에서 간단하게 운동화 셀프 세탁하기' 후기를 적어 보려 합니다.

 

 준비물 : 

   신발 한 켤레가 들어갈 만큼 넉넉한 크기의 비닐봉지

   세탁세제 1컵

   세척 솔

   빨래망 작은 거 2개

   세탁기(탈수 기능)

  노동 가능한 건강한 팔뚝...

아무리 흰색 신발이지만 이 정도로 시커멓다니..
다 제 잘못입니다ㅠ
그래서 이제부터 흰둥이 운동화님의 목욕을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운동화 끈을 풀고 신발 몸통을 벌려 긴장을 풀어줍니다.
이때 끈은 칠렐레 팔렐레 널브러지지 않게 두 개를 뭉쳐 묶어줍니다.

그리고 비닐봉지에 따뜻한 물을 담고 세탁세제를 부어줍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물이 따뜻해야 합니다.
사람이나 물건이나 때를 벗겨내기 전에는 물에 충분히  불리는 게 중요하다고 하더라고요.

 

유튜브에서는 정확한 물 온도를 얘기해 주었지만 저는 그저 뜨거운 물로 샤워할 때 수준으로 준비하였습니다.

참고로 저는 여름에 운동으로 더워 죽는 날에도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기 때문에 샤워 시작 전 뜨거운 물로 운동화를 담갔습니다.

그리고 세제 한 컵을 넣어줍니다.

그리고 신발이 물에 전체적으로 담길 수 있게 공기를 뺀 후 묶어줍니다.
유튜브 댓글에 어떤 분은 신발을 전체적으로 담그기 위해 김치통 같은 뚜껑 있는 밀폐용기를 이용하시더라고요.


뭘 쓰든 신발 전체를 뜨거운 물에 담가서 때를 불리기만 하면 됩니다.

 

유튜브 영상에서는 약 20분 정도 충분히 때를 불리면 된다고 했지만, 저는 귀차니즘 인간이었기 때문에 1시간 정도 가만히 내버려두었습니다.

샤워를 마치고 머리도 좀 말린 후 다른 유튜브 영상도 좀 본다는 게 벌써 1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있더군요.

 

는 운동화가 더 불어터지기 전에 비닐봉지를 열고 신발을 꺼내 본격 노동을 준비하였습니다.

얼마나 더러웠는지 세제 물도 꾸중물로 검게 변해버렸습니다.

 

근데 이때 더러워진 이 물을 버리면 안됩니다.

비닐은 뒤집어서 깨끗이 씻은 후 말려 재활용합니다.

이제 세척 솔이 열일 할 차례입니다.

세척 솔은 아무 거나 문지를 수 있는 거면 된다고 해서 저는 홈플러스 잡화 코너에서 양 옆으로도 솔질이 가능한 3천 원짜리 세척 솔을 하나 구입하였습니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솔에 세제 물을 묻혀 문질러 보았습니다.

 

열심히 문지르다 보니 때는 잘도 벗겨지는데 이상하게 손도 허리도 솔질 한번 할 때마다 정확하게 비례하여 아파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콧노래가 나오는 건 왜일까요?

이래서 옛날에는 일할 때 노동요를 불렀나 봅니다.

이미 손이 얼얼해졌지만 대충이란 없습니다.

구석구석 빡빡 문지르고 깨끗한 물에 헹군 후 마무리 솔질도 해주었습니다.

 

유튜브에서는 한번 헹군 후 한 번 더 꼼꼼하게 솔질하라고 했지만 저는 더 이상 노동요를 부를 힘도 없었기에 세제물도 버리고 싹 다 치워버렸습니다.

 

운동화 끈은 따로 씻지 않았지만 이미 세제 물에 깨끗해져 있었습니다.

세탁 전보다 훨씬 깨끗해진 게 내가 씻겼지만 참 잘 씻었습니다.

깨끗한 물에 헹군 운동화는 따로 물을 짜지 않아도 됩니다.

힘겨운 전반전을 마치고 이제 빨래망에 운동화를 하나씩 넣어 세탁기에서 탈수를 시켰습니다.

빨래망을 씌우면 혹시 운동화가 서로 뒤엉켜 망가지는 걸 방지해 준다고 합니다.

끈도 묶은 채로 같이 세탁기에 넣고 돌리면 됩니다.

약 10분 정도의 탈수가 끝나고 바람 잘 드는 곳에 하루 이틀 정도 말렸습니다.

 

이것도 빨리 말리려고 누군가는 신발을 지퍼백이나 비닐에 넣고 헤어 드라이기나 온풍기의 뜨거운 바람으로 말리긴 했지만 이미 이 날 하루치 노동력을 모두 소진하였기에 움직이기 싫었던 저는 그냥 자연풍에 방치해 버렸습니다.

 

건조기에 말릴 생각이라면 빨래망을 그대로 씌우고 돌려야 신발 손상을 막을 수 있습니다.

다 말린 신발은 발에 맞게 끈을 묶어줍니다.

그리고는 운동화 세탁 과정을 다시 정리해 보았습니다.

 

1. 뜨거운 물에 담그기 1시간

2. 솔질로 때 벗기기 30분

3. 뒷정리 및 청소 10분

4. 탈수 12분

5. 자연풍 말리기 2일

 

하루 정도 짬을 내서 별 거 아닌 시간에 처리한 듯 했지만 2~4번까지의 번거로운 노동을 하고 나니 차라리 그 시간에 누워서 뒹굴거리는 게 낫겠다 싶었습니다.

 

역시 뭐든 남의 손이 최고란 생각을 하면서 이 방법을 알려준 유튜버의 영상 댓글에 외치고 싶었습니다.

'어디가 간단하죠?'

깨끗해지긴 했지만 번거로웠던 운동화 셀프 세탁을 겨우 끝내며 다시 한 번 다짐해 봅니다. 

다음부터 운동화 빨래는 운동화 빨래방에 돈 주고 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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